강백호 집중분석·99%의 천재성으로 빚어진 ‘슈퍼 루키’

입력 2018-04-0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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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물 신인’이 나타났다.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시즌 초반 가장 ‘핫’한 인물은 바로 강백호(KT)다. 타고난 타격 기술에 신인답지 않은 멘탈과 두둑한 배짱. 팬들은 이미 강백호에게 열광할 준비를 마쳤다. 스포츠동아DB

프로야구 KT의 1군 진입 4년차, 팬들이 고대하던 스타가 드디어 나타났다. 여느 해보다 신인 풍년인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에서도 가장 ‘핫’한 이가 단연 강백호(19·KT)다. 서울고 1학년 강백호는 2015년 ‘고척돔 개장 홈런’을 때려내는 등, 아마추어 시절부터 ‘초고교급 선수’로 주목 받았다. 지난해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1순위로 KT의 부름을 받았다. 구단은 그에게 4억5000만원의 계약금을 안겨줬다. 야수 중에서는 강혁(1999년 두산·5억7000만원)에 이어 역대 2위. 강백호는 5일까지 11경기에 출장해 타율 0.325 4홈런 13타점으로 자신에게 쏠린 기대를 현실로 바꾸는 중이다. 5일 넥센전에서도 0-1로 밀린 9회초 무사 1루에서 대타로 나와 조상우를 상대로 우중간 동점 2루타를 터뜨리는 킬러본능을 보여줬다. 왜 우리가 강백호를 주목하는지, 왜 그가 무서운 신인인지를 기술과 멘탈 측면에서 심층 분석했다.

서울고 재학 시절 강백호. 스포츠동아DB



● 극찬 받는 타격 메커니즘, 9세 때 이미 완성

강백호를 지켜본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신출내기의 스윙이 아니다”고 혀를 내두른다. 리그 연착륙도 순조로울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이어진다. 강백호는 지금까지도 사회인 야구 선수로 뛰는 아버지 강창열(59) 씨 덕에 세 살 때부터 야구장을 드나들었다. 부모가 맞벌이하는 바람에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고, 외로움에 아홉 살 때인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야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놀라운 것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강백호의 스윙 메커니즘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야구를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 폼이었다. 누군가의 폼을 따라한 것도 아니다. 중·고교 시절은 물론 프로 입단 후에도 감독·코치님들이 크게 손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강백호를 3년간 지켜본 서울고 유정민 감독은 “입학 때부터 남달랐다. 슈퍼스타가 될 것이라 확신했기 때문에 태도에 관해 이야기한 적은 있어도 기술적인 부분은 전혀 손대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기술적으로 접근하면 김재현(은퇴)이 떠오른다. 고졸 신인이던 김재현이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한 건 배트 스피드가 빨랐기 때문이다. 강백호도 마찬가지다. 리그 투수들의 구위는 김재현이 데뷔한(1994시즌) 때보다 훨씬 더 발전했는데 강백호는 순조롭게 적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허 위원은 “다양한 변화구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테이크백 동작을 짧게 줄이는 게 좋다. 반면 팔로 스윙은 크게 해야 장타가 나온다. 강백호가 그렇다. 팔로 스윙은 마치 최정(SK) 같다. 또한 스윙할 때 몸이 열리지 않고 팽이처럼 제자리에서 돈다. 모든 지도자들이 강조하는 부분이지만 이를 실제로 해내는 게 대단한 것이다”고 감탄했다.

타격 이론 전문가인 이종열 SBS스포츠 해설위원 역시 “타격은 복합 동작이다. 하체에서 시작된 힘이 허리와 팔을 거쳐 배트를 통해 공에 전달되는 과정이다. 어디 하나라도 빠지면 좋은 스윙이 나오지 않는다. 강백호의 밸런스나 타격 이론은 고등학생 수준이 아니다”라고 극찬했다. 이어 이 위원은 “강백호가 홈런을 때려낸 투수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백호가 때려낸 4개의 홈런은 각기 다른 유형의 투수를 상대로 나왔다. 리그 최고의 투수로 꼽히는 우완 헥터 노에시(KIA)와 조쉬 린드블럼, 좌완 장원준(이상 두산), 사이드 암 김주한(SK)까지 가리지 않았다. 이름만으로도 쟁쟁한 투수들이지만 강백호는 홈런을 쳤다. 이 위원은 “투수 유형과 구질 모두 달랐다. 다양한 상황에서도 제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뜻이다”고 분석했다.

사진제공|kt wiz



● 다짐을 현실로…백호(白虎)는 미래만 보고 달린다

강백호의 신체나 기술적인 영역보다 ‘멘탈’에 감탄하는 이들도 많다. 아이러니하게도 강백호의 ‘몸’을 책임져야 하는 KT 이지풍 트레이닝 코치의 생각도 그렇다. 이 코치는 “프로 무대에서 강백호보다 몸이 좋은 선수가 얼마나 많은가. 흔히 허벅지나 손목 힘을 얘기하지만 압도적인 건 아니다. 강백호는 하드웨어 하나로 평가할 선수가 아니다. 그의 진짜 가치는 머리에 있다”고 입을 열었다. 이 코치는 “야구를 잘할 수밖에 없는 성격이다. 언뜻 당돌해보일 수도 있지만 본인이 세운 목표를 위해서는 끝까지 달려든다. 15년 동안 만난 신인 중에 이런 패기는 강백호가 최고다. 고교생 수준의 하드웨어를 지니고도 이 정도다. 여기서 근육을 늘린다면 더욱 무서워질 것이다. 괜히 천재라고 불리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의 타격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KT 채종범 타격코치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채 코치는 강백호와 ‘특타’ 대신 ‘특톡’을 나누며 그의 속내를 파악했다. 채종범 코치가 느낀 강백호는 굉장히 미래 지향적인 선수다. 그는 “선수들에게 늘 ‘너 자신을 알라’고 강조한다. 본인의 역할과 지향점을 정확히 파악해야 거기에 맞는 선수가 되기 때문이다. 강백호는 이를 정확히 인지한다”고 칭찬했다.

강백호는 서울고 시절부터 “인생은 한 번뿐이다. 인성과 실력을 두루 갖춘 슈퍼스타가 되고 싶다”고 자신 있게 밝혔다. 아마추어 선수에게 듣기 힘든 발언이다. 지난해 입단식에서는 “헥터 노에시의 공이 굉장히 좋다고 들었다. 타석에서 한 번 상대해보고 싶다”는 패기도 드러냈다. 그리고 개막전에서 헥터를 상대로 홈런을 때려냈다. 본인의 다짐을 다짐만으로 남겨두지 않는 강백호다.

kt 강백호.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통과의례’ 슬럼프 대처도 가능할까

스타로 기대됐으나 별똥별에 지나지 않은 선수들은 숱하다. 관건은 지속성이다. 고졸 루키에게 144경기 체제의 장기 레이스는 분명 쉽지 않은 도전이다. 분석의 현미경을 들이대면 강백호의 약점도 드러날 것이다. 또한 날이 더워지면 체력 관리도 어렵다. 지금의 활약을 꾸준히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 KT 김진욱 감독은 큰 걱정 아니라는 반응이다. “슬럼프는 오게 마련이다. 마음처럼 경기가 안 풀릴 수도 있다. 하지만 (강)백호의 멘탈이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통과의례처럼 넘기길 바란다”는 게 김 감독의 기대다.

현재보다 미래에 가치른 둔 KT 소속인 점은 분명한 장점이다. 허구연 위원은 “제아무리 강백호라도 당장 올해는 장기 레이스에 대한 대처가 쉽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KT는 어느 정도 관리를 해줄 수 있다. 한 번 겪고 나면 내년부터는 무리가 없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 이종열 위원 역시 “타격을 잘한다고 평가받으려면 지속성이 기저에 깔려있어야 한다. 강백호에게 천재라는 평가를 내린 이유엔 지속성에 대한 믿음도 있다”고 밝혔다.

사진제공|kt wiz


가족이라는 든든한 버팀목도 강백호 곁에서 함께한다. 강백호의 부모님도 외동아들을 위해 10년 넘게 운영하던 치킨집 사업을 접고 수원으로 이사했다. 강백호는 부모님과 함께 수원KT위즈파크 도보 3분 거리 아파트에 입주했다. 부모님의 맞벌이 탓에 외로움을 느껴 시작된 강백호의 야구는 이제 그의 가족을 다시 한 곳으로 모았다. 심리적으로 한결 편안할 수밖에 없다. 강백호의 야구는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혜성처럼 등장한 호랑이 한 마리의 행보에 모두가 집중하고 있다.


● KT 강백호는?

▲1999년 7월 29일생
▲부천북초∼이수중∼서울고∼2018 KBO 신인지명 2차 1라운드 전체 1순위 KT 지명
▲우투좌타
▲키 180cm·몸무게 98kg
▲고교 시절 수상 경력= 청룡기 홈런상, 주말리그 홈런상 및 수훈상(이상 2015년) 2016년 황금사자기 타격상 및 최다 타점상, 주말리그 전·후반기 타점상, 아시아대표팀 아시아 홈런상(이상 2016년) 2017년 주말리그 후반기 타점상, 청룡기 타점상 및 감투상, 대통령배 타격상 및 최우수선수상(이상 2017년)
▲프로데뷔 첫 시즌 성적(5일 기준)=11경기 40타수 13안타 4홈런 13타점 타율 0.325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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