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프리즘] 유령주식 거래? ‘공매도 폐지’ 재점화

입력 2018-04-0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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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 사태 관련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온 청원글. 사진출처|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구성훈 대표 “도덕적 해이…참담”
금융위, 계좌관리 시스템 전수조사
“공매도 폐지” 이틀새 12만명 청원


삼성증권 일부 직원들이 우리사주 배당 과정서 업무 실수로 받은 주식을 매도한 사태가 금융당국의 전수조사와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할 정도로 악화되고 있다.

삼성증권은 8일 구성훈 대표이사가 공식사과문을 발표했다. 구성훈 대표는 “일부 직원이 주식을 매도해 주가 급락을 가져온 것은 금융회사에서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잘못된 일로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전 임직원을 대표해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밝혔다. 이어 투자자 피해 구제, 도덕적 해이 직원 엄중문책, 철저한 원인파악과 재발방지 등을 천명했다.

금융감독 당국도 사태 조사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이른바 ‘유령주식 발행’ 가능성 여부에 대해 국내 증권사 전체를 대상으로 본격 조사에 들어갔다. 금융위는 삼성증권에서 발생한 사태가 다른 회사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와 관련해 증권사의 배당과 자사주 발행 시스템 점검에 나섰다.

요즘 사회적 문제나 이슈의 척도가 되는 청와대 청원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6일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온 ‘삼성증권 시스템 규제와 공매도 금지’라는 청원에 이틀만인 8일 오후 2시 현재 참여자가 12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삼성증권 구성훈 대표. 사진제공|삼성증권


이번 사태는 삼성증권이 6일 지난해 결산을 하면서 우리사주 283만주에 한 주당 1000원을 지급해야 하는데 전산 실수로 대신 주식 1000주(5일 종가 기준 주당 3만9800원)를 지급하면서 발생했다. 이날 삼성증권 시가총액(3조4000억원)의 33배가 넘는 112조원의 주식이 직원 계좌로 들어갔다.

문제는 주식을 받은 일부 직원들이 이를 바로 매도하면서 주가가 급락했다는 것. 30∼40명 정도의 직원이 이날 501만주를 내다팔았다. 증권사 직원이 동료직원 실수로 입고된 주식을 회사에 확인하거나 신고하지 않고 팔아 현금화한 점은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웠고, 삼성증권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주었다.

특히 존재하지 않는 유령주식이 전산 조작만으로 거래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그동안 꾸준히 제기됐던 ‘공매도 폐지론’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공매도란 특정 종목의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할 때 증권사 등에서 주식을 빌려 매도 주문을 낸 뒤 주가가 내려가면 이를 사 갚는 투자기법이다. 이번에 공매도와 유사하게 삼성증권이 전산 조작만으로 실재하지 않는 주식을 대략 거래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나자 공매도에 대한 높은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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