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홈런-7타점 SK 나주환의 운수 좋은 날

입력 2018-04-22 18: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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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나주환. 스포츠동아DB

SK-롯데전이 예정된 22일 사직구장은 오전부터 잔뜩 흐렸다. 원정팀 SK가 타격훈련을 할 때에는 꽤 굵은 빗줄기가 쏟아졌다. 방수포까지 동원됐다. 하마터면 경기를 못할 뻔했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그랬다면 SK 나주환(34)은 ‘인생경기’를 놓쳤을 것이다.

SK 트레이 힐만 감독은 나주환을 2번타자로 기용했다. SK는 통계를 중시하는 팀이다. 세이버매트릭스가 추출한 ‘강한 2번론’에 맞춰 강타자 한동민이 주로 2번을 맡았다.

그러나 롯데 선발은 좌완 브룩스 레일리였다. 게다가 SK는 20~21일 롯데에 연패 중이었다. 분위기 전환 용도와 우타자 전진 배치의 포석으로 힐만 감독이 선택한 카드는 뜻밖에도 타율 0.210의 나주환이었다.

결과적으로 이 선택 하나가 SK에 10-4 대승을 불러왔다. 나주환은 3회 무사 1·3루에서 레일리의 시속 142㎞ 지구를 잡아당겨 비거리 125m짜리 선제 결승 3점홈런을 터뜨렸다. 1B-2S의 불리한 카운트에서도 자기 스윙을 한 것이 주효했다. 이어 6-0으로 앞선 6회초에는 롯데 배장호의 시속 122㎞ 커브를 잡아당겨 1점 홈런을 추가했다. 나주환의 멀티홈런은 2016년 9월 25일 문학 한화전 이후 574일만이었다.

나주환의 두 번째 홈런 때, SK 덕아웃에서는 하이파이브를 해주지 않고 전원이 딴청을 피웠다. 나주환이 당황하자 그제야 힐만 감독과 코치, 선수들이 박수를 쳐줬다. 이런 돌발 이벤트를 할 수 있을 만큼 SK는 여유가 넘친다.

나주환의 ‘운수 좋은 날’은 홈런이 끝이 아니었다. SK가 7-4로 추격한 7회초 2사 만루에서 기회가 왔다. 나주환은 싹쓸이 3타점 2루타로 개인 한 경기 최다타점을 기록했다. 종전기록은 2010년 5월 11일 사직 롯데전에서 올린 6타점이었다.

나주환은 “경기에 못 나갈 때, 우리 팀 잘 치는 타자들 보며 공부한 것이 도움이 됐다. 홈런보다 찬스를 이어가려했는데 기록까지 됐다”며 모처럼 환하게 웃었다.

사직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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