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유망주’ 오태곤 깨운 KT의 ‘네 멋대로 해라’

입력 2018-05-0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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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오태곤은 전형적으로 상체 위주 스윙을 하는 타자였지만, 타격 부진이 계속되자 하체 활용의 필요성을 느끼고 훈련에 몰두했다. 미련이 남지 않을 정도로, 자기 것을 마음껏 실험하게 한 뒤 스스로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게 하는 KT의 지도방식이 오태곤을 깨웠다. 스포츠동아DB

올해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KT의 ‘네 멋대로 해라’가 오태곤(27)의 마음가짐을 바꿨다.

지난해 롯데에서 이적한 오태곤은 기대에 못 미쳤다. 1루와 3루에서 실책이 잦았고, 이는 타격에도 영향을 끼쳤다. KT는 내야수 윤석민을 트레이드로 데려왔고, 비시즌 프리에이전트(FA) 황재균까지 영입했다. 오태곤의 자리는 없었다. 오태곤은 생존을 위해 외야 겸업에 나섰다.

수비에서 활용 가치가 높아 올 시즌도 꾸준히 출장했지만 타격은 그대로였다. 4월 11일 마산 NC전까지 오태곤은 15경기에서 타율 0.216, 1홈런 5타점에 그쳤다. 그가 밝힌 이유는 ‘마음대로 했기 때문’이다. 오태곤은 전형적으로 상체 위주 스윙을 해왔다. 김진욱 감독과 채종범 타격코치도 이를 알고 있었다. 그러나 마무리캠프부터 스프링캠프, 시범경기까지 변화를 주지 않았다. “납득이 갈 때까지 마음대로 하라”는 방침이었다.

오태곤은 시즌 초반까지 부진이 이어지자 채 코치와 하체 사용에 초점을 맞췄다. 이때부터 성적이 뛰었다. 오태곤은 12일 마산 NC전 멀티포로 신호탄을 쐈고, 1일 경기 전까지 15경기에서 타율 0.359 4홈런 7타점으로 펄펄 날고 있다. 오태곤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했기에 하체 사용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변화의 필요성을 나부터 납득해 미련이 안 남았다”고 설명했다.

수비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마추어 때부터 내야수로 나섰던 오태곤에게 외야는 낯설었다. 공만 잡으면 성급히 던지기 일쑤였다. 이런 그에게 유한준이 한마디 던졌다. “모든 공을 잡으려 하지 말아라.” 아무리 좋은 외야수라도 잘 맞은 타구를 죄다 잡아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잡을 수 있는 것만 잡아라’를 주지시킨 유한준이었다. 오태곤은 실제로 개막 이후 줄곧 외야로 나서며 실책 1개에 그치고 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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