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이슈] ‘믹스나인’ 청춘 9명이 매달렸던 썩은 동아줄

입력 2018-05-04 17: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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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이슈] ‘믹스나인’ 청춘 9명이 매달렸던 썩은 동아줄

JTBC ‘믹스나인’을 통해 선발된 최종 9인의 데뷔가 무산됐다. 이 거대하고 시끄러웠던 오디션을 주관했던 YG 엔터테인먼트 측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모든 참가자들의 미래와 번영을 응원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3일 YG 엔터테인먼트 측은 실로 상세하게(라고 쓰고 구차하다고 읽는다) ‘믹스나인’ 최종 9인이 왜 데뷔를 할 수 없었는가에 대한 입장을 내놓았다.

여기에서 YG 측은 “최종 9인의 단독 공연을 위해서는 최소 15곡이 있어야 하며 4개월 안에 모든 것을 이루기엔 불가능 했다”며 “3년에 걸쳐 1년의 절반은 각자의 기획사에서 활동하고 나머지 절반은 '믹스나인' 9명이 모여 함께 활동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고 설명했다.

약속된 4개월에서 갑작스럽게 최종 9인의 활동 기간이 3년이라는 기간으로 확장된 것이다. YG 쪽에서 1년의 절반이라는 절충안과 더불어 3년을 이야기 했다지만 최종 9인 모두 각 소속사가 곱게 키운, 이른바 ‘내 자식’이다. 남의 집에서 4개월 만 눈칫밥 먹으면 되는 줄 알았더니 3년 동안 먹이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하는데 어느 소속사가 이를 받아들일까.


이에 대해 한 가요 관계자는 “‘믹스나인’ 최종 9인 뿐만 아니라 모든 아이돌 연습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한 살 한 살 나이만 들고 데뷔의 꿈이 무산되는 아픈 경험을 몇 번씩 겪는 이들이 수두룩하다. 그런 가운데 위로 올라가는 동아줄인 줄 알았던 ‘믹스나인’이 결국 썩은 동아줄이 되었다. 이 부분이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앞서 양현석 회장은 ‘믹스나인’ 때 각 기획사들을 돌아다니며 인재들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거침없는 독설로 회사의 시스템과 연습생들을 비판했다.


가장 유명한 장면이 한 연습생에게 “그럼 이 나이 동안 뭘 했느냐”고 말했던 부분이다. 양현석 회장 역시 데뷔를 꿈꾸는 이들에게 시간이 얼마나 금인지를 충분히 알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런 그가 아홉 명의 청춘들에게 꽃길을 약속했고 그들은 양 회장을 믿었다. 또한 다른 회사 역시 “내가 능력이 안 되니 더 유능한 자에게 맡긴다”는 심정으로 이 청춘들을 ‘믹스나인’에 내보냈을 것이다.

이처럼 ‘믹스나인’은 단순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아무리 대중의 관심을 못 받았어도, 아무리 주판알을 튕겨 봐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고 해도 탁상공론으로 9인의 데뷔를 중단시킨 것은 반성해야 마땅하다.

옛 말에 고슴도치도 제 자식은 예쁘고 내 자식이 귀하면 남의 자식도 귀한 줄도 알아야 한다고 했다. 대체 남의 집 귀한 자제들을 데려다가 지난 몇 개월 동안 무슨 짓을 한 것인가. 지금 YG에게 필요한 것은 참가자들에 대한 응원이 아니라 돈으로도 환산 못할 이들의 지난 시간을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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