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런던] ‘22년 정성과 헌신’ 웽거, 아스널 마지막 홈경기 풍경

입력 2018-05-07 16: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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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센 웽거.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하나부터 열까지 아스널 아르센 웽거 감독이 주인공이었다.

7일(한국시간) 런던 에미리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스널과 번리의 2017~2018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6라운드의 화두는 분명했다. 바로 22년간 아스널을 이끈 웽거 감독이 ‘아스널 사령탑’ 자격으로 치른 마지막 홈경기라는 점에 스포트라이트가 쏠렸다.

불어로 ‘감사합니다, 아르센(Merci, Arsene)’이라고 적힌 문구가 경기장 입구에 붙어 홈팬들을 맞이했다. 경기장 내 공식 메가 스토어에는 줄이 끝도 없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웽거 감독에게 전달될 메시지 북에 팬들이 직접 메세지를 적을 수 있는 기회가 마련돼 있었기 때문이다. 매장에서 판매하는 유니폼에는 선수 이름뿐 아니라 선수들이 각자 웽거에게 남긴 메시지와 친필 사인이 담겨있었다. 일반적인 경기에서는 선수 얼굴이나 이름이 담긴 유니폼 따위의 상품들이 판매되지만 이날은 웽거 감독의 자서전과 관련 기념품, 심지어 그가 즐겨 입던 롱패딩 점퍼 등의 상품들이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모든 관중과 취재진 좌석에는 ‘Merci, Arsene’과 경기 날짜가 적힌 기념 티셔츠가 준비돼 있었다. 아스널의 모든 직원들도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경기 매치데이 프로그램 책자도 Arsenal 대신 ‘Arsene’이라고 적혀있었고 책자 속에도 웽거 감독의 역사가 담긴 사진들과 축구계 유명 선수, 감독, 관계자들이 남긴 메시지가 가득했다.

킥오프를 앞두고 웽거 감독은 양 팀 선수들의 기립 박수 사이에 모습을 나타냈고 팬들은 여느 때보다 큰 소리로 웽거를 외쳤다. 스코어 5-0이 보여주듯 제자들도 화끈한 경기력으로 떠나는 스승을 축복했다. 이미 다음시즌 유로파리그 출전권을 손에 쥔 원정 팬들은 대패 속에서도 적장을 향해 기립 박수를 보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축제는 경기 후에도 계속됐다. 그동안 웽거 감독의 지도를 받은 선수들과 인연을 맺은 스태프가 피치에 등장했다. 구단도 2004년 무패 우승 당시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에서 특별히 제작된 금색 트로피를 웽거 감독에게 선물로 증정하며 감동을 줬다. 웽거 감독은 “여러분들이 많이 보고 싶을 것”이라는 코멘트와 함께 선수단과 그라운드를 돌며 작별 인사를 했다. 빨간색 넥타이를 건네받은 한 어린이 팬은 감동에 젖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홈경기 마지막 기자회견에서도 취재진의 갈채가 끊이질 않았다. 영국스포츠기자클럽은 2004년 제작된 레드와인을 선물로 전달했다. 웽거 감독은 “이제 어디에서 일할지 모르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제 한 명의 팬으로 아스널을 영원히 사랑할 것이라는 점”이라며 기자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자신의 모든 걸 아스널에 쏟아 부은 노장의 마지막 홈 경기는 그렇게 흘러갔다.

런던 | 허유미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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