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두산 안방마님 양의지의 리드론

입력 2018-05-0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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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1위 두산의 ‘안방마님’ 양의지의 투수 리드는 일반적인 예상과 딴판이다. KBO리그 배터리의 전술 결정권은 주로 포수에게 있지만, 양의지는 만 20세 투수들의 의사도 존중한다. 두산의 ‘영건’들은 국가대표 포수 양의지의 배려 덕에 자신의 공을 힘껏 뿌리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메이저리그의 ‘살아있는 전설’ 그렉 매덕스(5008.1이닝 355승 227패 방어율 3.16)에게 포수 리드는 중요하지 않았다. 자신이 구상한 전술에 맞춰 구종과 코스를 정해 던졌다. 등판 전 약속한 미세한 동작으로 자신이 던질 공을 포수에게 미리 알려주기도 했지만 사인과 전혀 다른 공을 던져 미트 속 손가락을 부러트린 적도 있다.

KBO리그는 미국에 비해 배터리의 전술 결정권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포수가 우위를 갖고 있다. 특히 포수가 베테랑이고 스타플레이어일 경우 투수의 발언권은 매우 제한된다.

페넌트레이스 1위를 질주하고 있는 두산은 리그 최고의 포수 양의지를 보유하고 있다. 만 31세 프로 13년차인 양의지는 국가대표 팀에서도 주전 포수다. 7일까지 타율 0.393(117타수 46안타) 6홈런 OPS 1.116을 기록 중이다. 타격 능력도 리그 최정상급이다.

그러나 양의지의 투수 리드는 일반적인 예상과는 완전히 다르다. 아직 만 20세도 되지 않은 신인투수에게도 먼저 다가가 “오늘 어떻게 하고 싶냐? 맞춰서 사인을 내겠다”고 말한다. 공의 구종과 코스는 포수가 선택해도, 볼을 던질지 아니면 스트라이크를 노릴 지는 투수의 직감에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1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두산베어스와 넥센히어로즈 경기가 열렸다. 9회말 교체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3-2 승리를 지킨 두산 함덕주가 양의지와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고척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양의지는 “포수는 투수가 가장 편안하게 그리고 가장 자신 있는 공을 던질 수 있게 돕는 역할이다. 팀에 젊은 투수들이 많다. 항상 원하는 방향을 말해 달라고 부탁한다.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포심 패스트볼을 마음껏 던질 수 있게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조건 투수에게만 모든 것을 맡기는 리드는 절대 아니다. 경기 전체와 타석에 선 타자를 읽고 축적된 데이터와 감각을 활용한 자신만의 노하우로 뒷받침한다.

양의지는 “큰 점수차로 앞서고 있을 때는 더 공격적인 투구를 이끈다. 투수의 피안타율은 높아질 수 있지만 경기 흐름과 팀 전체를 생각했을 때는 신중함 보다는 과감한 선택이 필요할 때도 많다”고 덧붙였다.

팀 후배인 투수 이영하(21)는 “마운드에서 양의지 선배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신감이 생긴다”고 했다. 고졸 신인 곽빈(19)은 “일본 캠프 때 소프트뱅크 1군 타자들을 상대로 공을 던졌는데 양의지 선배가 큰 소리로 ‘한 가운데로 던져도 아무도 못 치겠다’고 외쳤다. 큰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양의지는 “리드의 정답은 결국 승리다”고 말했다. 포수가 그린 완벽한 전략도 결국 투수가 약속된 곳에 원하는 공을 던져야 완성될 수 있다. 투수의 역량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영리한 리드, 그래서 양의지가 현 시대 최고의 포수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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