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우의 MLB Tracker] 시즌 2번째 만남, 왜 보스턴vs양키스에 흥분하나?

입력 2018-05-1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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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4월 첫 3연전에선 2승1패로 보스턴 우위
9일 스탠튼 홈런 두 방…양키스 3-2 승리
7연승 양키스, 25승10패로 보스턴과 동률
ML 최고의 라이벌…도시간 경쟁심서 출발
베이브 루스 이적 이후 긴장관계 심화돼

라이벌전은 리그의 흥행을 주도하는 보증수표다. ‘엘클라시코’로 명명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FC바르셀로나-레알 마드리드의 더비가 전 세계 축구팬들을 흥분시킨다면, 보스턴 레드삭스-뉴욕 양키스의 라이벌전은 메이저리그를 대표한다. 100년 넘게 앙숙관계를 형성해온 양키스와 보스턴은 만날 때마다 늘 뜨거웠다. 때마침 9일(한국시간) 양키스타디움에선 두 팀의 시즌 2번째 3연전 가운데 첫 경기가 펼쳐졌다. 이번에도 커다란 관심이 쏠렸다. 그리고 높은 기대에 부응하듯 첫 판부터 흥미진진한 승부가 연출됐다. 보스턴과 양키스가 메이저리그 최고의 라이벌로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 두 도시의 뿌리 깊은 라이벌의식

보스턴은 식민지시대부터 경제·교육·문화의 허브로 미국을 이끌어왔다. 반면 뉴욕은 20세기 들어 금융을 중심으로 성장해 지금은 세계경제와 미국식 자본주의의 상징이 됐다. 똑같이 미국 북동부에 자리 잡아 지리적으로는 가깝지만, 보스턴이 초기 영국계 이민자들의 정착지를 의미하는 뉴잉글랜드의 거점으로 발전하는 동안 뉴욕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던 유럽계 이민자들의 도시로 급부상했다. 이 같은 차이 때문에 두 도시 사이에는 자연스레 라이벌의식이 뿌리내렸다.

베이브 루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루스 이후 모든 게 달라졌다!

잘 알려진 대로 1920년 베이브 루스의 현금 트레이드가 두 팀의 운명을 상반되게 갈라놓고 경쟁관계를 부각시켰다. 1918년까지 5차례나 월드시리즈 정상을 밟았던 보스턴은 루스를 헐값에 팔아치운 뒤로는 2004년 ‘밤비노의 저주’가 풀릴 때까지 암흑기를 맞았다. 반면 월드시리즈 우승이 전무했던 양키스는 루스 영입 이후 승승장구했다. 1934년까지 루스와 함께 4차례, 2004년 이전까지 26차례나 우승했다. 최근에는 양상이 좀 달라졌다. 보스턴은 2004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양키스에 극적인 리버스 스윕을 달성한 뒤 여세를 몰아 그토록 갈망하던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이어 2007년과 2013년에도 월드챔피언에 등극했다. 양키스는 2009년 27번째 우승 이후로는 잠잠한 편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얽히고설킨 인연이 부채질한 긴장감

라이벌의식은 두 팀 선수들의 커리어에도 큰 영향을 미쳐왔다. 빨간 양말과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모두 입은 선수가 드물다. 그나마 보스턴에서 양키스로 넘어간 선수는 루스를 시작으로 루이스 타이언트, 웨이드 보그스, 로저 클레멘스, 데릭 로, 조니 데이먼, 케빈 유킬리스, 제이코비 엘스버리까지 제법 된다. 반대로 양키스에서 보스턴으로 옮겨간 선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보스턴 내야수 에두아르도 누네스가 최근의 사례다. 누네스는 2010년 양키스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에 데뷔한 뒤 미네소타와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지난해 7월부터 보스턴에서 뛰고 있다. 극심한 라이벌의식에서 기인한 ‘배신자’라는 낙인을 의식해서인지 유니폼을 바꿔 입은 몇몇 선수는 벤치 클리어링 때 앞장을 서기도 했다. 클레멘스는 보스턴을 만나면 특유의 강속구로 옛 동료들에게 빈볼도 마다하지 않았다.


● 첫 만남 이후 달라진 분위기

두 팀은 4월 11~13일 보스턴의 안방 펜웨이파크에서 시즌 처음으로 만났다. 보스턴이 2승1패로 위닝 시리즈를 챙겼다. 첫 맞대결을 마쳤을 당시 보스턴은 10승2패, 양키스는 6승7패로 두 팀의 격차는 4.5경기였다. 이후 양키스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보스턴도 15승7패로 선전했지만, 양키스는 18승3패로 폭풍질주를 거듭했다. 8일까지 보스턴이 25승9패, 양키스가 24승10패로 1게임차까지 간격이 좁혀졌다. 양키스는 9일 지안카를로 스탠튼의 홈런 두 방을 앞세워 3-2 승리를 거두면서 보스턴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올해 월드시리즈 우승 후보로 평가받는 두 팀의 치열한 전쟁은 이제부터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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