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레슬러’ 김민재 “‘미담 투성이’ 유해진 선배 만난 건 큰 행운”

“원래 제가 잘 우는 편이 아니에요. 그래서 우는 연기를 할 땐 곤혹을 치루는 경우가 있는데 ‘레슬러’는 달랐어요. 유해진 선배님과 연기하면서 감정이 전해진다는 걸 느꼈어요. 첫 영화에 좋은 기억이 남아서 좋아요.”

선후배가 짜고 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극찬이 오갔다. 먼저 인터뷰를 진행했던 유해진은 김민재에 대해 “보기 드문 후배를 봤다. 마음이 우러나는 성실성에 감탄했다”고 칭찬했고 김민재는 유해진에 대해 “하나부터 열까지 ‘미담 투성이’인 선배”라고 하며 애정을 드러냈다. 사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이런 칭찬을 할 수 있는 것은 ‘레슬러’를 보면 더 잘 알 수 있다. 이번 작품으로 첫 스크린에 도전한 김민재는 베테랑 선배인 유해진과 완벽한 부자(父子) 연기 호흡을 맞춰 눈길을 끌었다.

현장에서 유해진을 “아빠”라고 부르곤 했다는 김민재는 “첫 영화에 선배님을 만난 건 정말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치열하게 연기에 대해 고민하시는 모습을 보면 정말 대선배라고 느껴진다. 그러다가도 스태프들이나 후배들에게 툭툭 ‘아재개그’를 하실 때는 정다운 선배다. 모두 선배 곁을 떠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낭만닥터 김사부’ 이후 만나게 된 진경과 성동일, 그리고 나문희까지 있던 ‘레슬링’ 현장은 김민재에겐 좋은 배움터이기도 했다. 그는 “진경과 성동일 선배님은 많은 조언을 해주셔서 자연스럽게 연기를 할 수 있었다. 나문희 선생님께서는 작품처럼 한없이 다정한 분이셨다. ‘성우아, 나랑 있을 땐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라고 하시면서 제게 기회를 많이 주셨어요. 그 때 생각하면 정말 감사해요.”

선배들의 도움을 받으며 함께 연기를 했지만 결코 묻어서 가진 않았다. 극중 레슬링 유망주 ‘성웅’ 역을 맡은 김민재는 끊임없는 연습과 훈련을 그치지 않았다. 레슬링 선수 캐릭터를 위해 체격을 키우고 태닝을 하는 등 외적인 변신을 꾀한 김민재는 실제 레슬링 기술을 한 달 반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3시간씩 연습하고 모든 경기 장면을 직접 소화했다. 그 노력은 스크린에 오롯이 묻어나있다. 영화를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체격을 키우는 것이었다.

“마른 체형이어서 몸을 키워야 했기 때문에 하루에 다섯 끼 이상을 먹고 햄버거를 2~3개씩 먹었어요. 근육 량을 5kg 정도 늘렸죠. 원 없이 먹어서 그 이후로 음식을 잘 안 먹게 되더라고요. 하하. 촬영이 없는 날에는 무조건 체육관에서 운동을 했고 촬영장에서는 무술팀 형이나 매니저 형과 함께 레슬링 기술을 연습했고요. 화장실 갈 때도 꼭 스쿼트 자세를 취하고 있었어요.(웃음) 하체가 굉장히 중요한 운동이라서요.”

실제로 한국체육대학교 전지훈련에도 참석했던 김민재는 선수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현직 선수들의 고민 등을 물어보며 역할에 가까워지려 노력했다고. 또한 그들이 걷는 법, 훈련 외에도 어떤 운동을 하는지 등을 물어보기도 했다. 그는 “나와 결승전에서 붙었던 ‘손치수’ 역의 이승혁 형은 원래 레슬링 국가대표를 준비하다 배우가 된 분”이라며 “형에게 문자로 시시콜콜한 것까지 물어보며 도움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이번에 레슬링을 배우는 게 진짜 힘들기도 했지만 재미있었어요. 이 종목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운동을 하는 거라서 아예 안 다칠 수는 없어요. 기술이 과격하기도 하고요. 그래도 레슬링의 묘미를 느낄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앞서도 언급했지만 ‘레슬러’는 김민재의 스크린 데뷔작이다. 대본을 보자마자 ‘성웅’이를 꼭 하고 싶었다는 그는 “영화이기도 했고 성웅에게서 나와 닮은 점을 발견하기도 했다”라며 “성웅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되는 것이 아버지 귀보의 꿈이지 않나. 그게 부담이 되면서도 자신도 그것을 놓지 않으려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라고 말했다.

“배우가 되겠다고 제가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제가 못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어요. 지금은 어리니 실수해도 괜찮다고 말해주실 때도 있는데 저는 그게 잘 안 되더라고요. 일을 하면서 나이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어리다고 실수해도 되고 아무렇게나 할 수는 없잖아요. 일은 잘 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부모님 역시 그런 저를 믿고 배우를 할 수 있도록 해주신 거잖아요. 참 감사한 일이죠. 그래도 아주~가끔은 그런 관심이 힘들 때는 부담이 될 때도 있어요. 저도 사람이니까요.(웃음) 그래서 성웅이의 모습에 공감이 많이 됐어요.”

19살에 단역배우로 시작해 올해로 연기를 한 지 4년이 됐다는 김민재에게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는지 물었다. 그는 웃으며 “원래 뒤를 돌아보는 편은 아니지만, 그런 생각을 했을 지도 모르겠다”라며 “다른 대답일 수 있겠지만 4년 전과 나의 마음가짐은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많은 경험과 기회가 주어진 것, 그리고 조금은 성숙한 것?(웃음) 그 이외에 저 자체는 안 변한 것 같아요. 여전히 배우는 제게 매력적인 직업이지만 정답이 없어 불안한 일이기도 해요. 감정을 전달하는 것은 항상 힘들고요. 그럼에도 이 과정 안에 행복이 있고 즐거움이 있어요. 그래서 악착같이 더 해보고 싶고요. 인정받고 믿고 보는 배우가 되고 싶죠.”

차기작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미 ‘명당’을 찍어놓은 상태. 해보고 싶은 장르는 ‘느와르’라고. 홍보활동을 마치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여행을 가고 싶다고 했다.

“지금까지 쉬지 않고 일해서 제가 잘하고 있는 건지 생각할 시간은 좀 필요한 것 같아요. 어떻게 다음 단계를 잘 나갈 수 있을지 고민도 해보고 싶고요. 그래도 좋은 작품이 들어오면 두말없이 해야죠. 하하.”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