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채태인. 스포츠동아DB
15일 마산구장. 홈팀 NC의 훈련이 한창일 무렵이었다. 야구장에 도착한 롯데 채태인은 1루 덕아웃 쪽으로 오더니 NC 김경문 감독에게 꾸벅 인사했다. 흔한 장면이지만, 채태인의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가뜩이나 큰 눈을 더욱 부릅뜨며 마치 노려보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를 지켜본 김경문 감독은 파안대소하며 “오랜만이다”고 답했다.
평소 ‘카리스마’로 잘 알려진 김경문 감독에게 타 팀 선수가 먼저 장난을 걸어오는 건 낯선 광경이었다. 의아해하는 취재진에게 김경문 감독은 “(채)태인이가 꼬맹이일 때부터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채태인의 아버지도 아마추어 투수 출신이다. 채태인에 따르면 그의 아버지는 대동중-부산상고(현 개성고)를 졸업했다. 부산동성중 출신의 김 감독은 채태인의 아버지와 중학생 시절 수차례 맞부딪혔다. 김경문 감독은 “태인이 아버지는 당시만 해도 공이 빠르고 좋은 투수였다”고 설명했다. 채태인도 “프로 입단하기 전부터 김 감독님을 자주 뵀다. 감독님께서 나를 귀여워해주셨다”고 회상했다.
김 감독은 채태인의 당돌한 성격에 반했다. NC 지휘봉을 잡고 여러 차례 채태인 영입을 타진했지만 마지막 단계에서 번번이 어그러졌다는 후문이다. 김 감독은 “야구도 잘하는데 성격이 참 마음에 든다.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을 태인이도 알기에 매번 저런 장난을 친다”고 밝혔다.
채태인은 삼성과 넥센, 롯데를 거치면서도 NC만 만나면 펄펄 날았다. 채태인은 NC가 1군에 진입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63경기에서 타율 0.329, 4홈런, 41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김 감독이 그를 데려오지 못한 것을 두고두고 아쉬워할만하다.
마산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