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입장] 세월호 가족협의회 “‘전참시’, 고의성 없었다고 책임 사라져선 안 돼” (전문포함)

입력 2018-05-16 16:49: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MBC 진상조사위가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이하 전참시) 논란에 대해 “조연출에서 비롯된 실수이나 고의성은 없었다”고 발표한 가운데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가 입장을 전했다.

앞서 5일 방송된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는 이영자의 ‘어묵 먹방(먹는 방송)’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세월호 참사 보도 관련 화면을 인용 편집해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극우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에서 그간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들을 희화화한 표현을 고의적으로 인용한 것이 아니냐며 비판은 더욱 거세게 일었다.

이에 ‘전참시’ 제작진이 사과하고 이어 MBC와 최승호 MBC 사장도 공식 사과했다. MBC는 긴급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해당 1차와 2차에 걸쳐 조사를 진행했다. 개개인의 면담과 본인 동의하에 휴대전화와 SNS 활동을 조사하는 과정을 거쳤다. 2차 조사에는 세월호 유가족 및 노조를 참여시키기도 했다.

조사를 마친 MBC 진상조사위는 1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에 따르면 ‘전참시’ 논란은 조연출에서 비롯된 단순 실수에 의한 것. 조연출은 세월호 희생자를 비하하고 조롱하는 단어를 몰랐으며 고의성이나 다른 의도 없이 해당 영상을 사용했다고 전했다. 조사위는 “FD와 미술부 CG작업자도 세월호 관련 뉴스 화면이라는 것을 인지했지만 편집에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의뢰한 대로 작업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는 “본 사건은 세월호참사 당시 비상식적, 비윤리적 취재와 오보로 인해 희생자와 유가족을 두 번 죽였던 것과 같은 사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사건 인지 후 즉시 사건의 전말을 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신 MBC의 진심어린 노력에는 감사드린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당연히 제기할 수밖에 없었던 ‘제작진 일베설’ 등 고의성 여부에 대한 조사결과를 수용한다. 그러나 고의성이 없었다고 책임까지 사라져서는 안된다.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관련자들에 대해 적절한 책임을 묻고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 실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는 “이번 사건이 MBC는 물론 모든 방송언론인들이 매우 구체적인 자각을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방송사 차원의 반성과 노력도 중요하지만 구성원 개개인의 반성과 노력도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어제(15일)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연 ‘언론에 의한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피해자 증언대회’에서 티브로드방송 이제문 기자님이 용기를 내 고백했던 것처럼, 세월호 참사 당시 및 이후 본인들의 행동, 활동을 있는 그대로 고백해주시기를 바란다. 회사와 경영진의 잘못 뒤에 숨어 구성원 개개인의 잘못이 가려지는 일이 없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승호 사장님께서는 취임 이후, 그동안 MBC가 잘못한 것을 철저히 조사하고 조치를 취하시겠다고 약속했다. 조속히 조사결과와 조치결과를 공개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입장 전문>

다음은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의 입장 전문이다.

1. 본 사건은 세월호참사 당시 비상식적, 비윤리적 취재와 오보로 인해 희생자와 유가족을 두 번 죽였던 것과 같은 사건입니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사건 인지 후 즉시 사건의 전말을 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신 MBC의 진심어린 노력에는 감사를 드립니다.

3. 당연히 제기할 수밖에 없었던 “제작진 일베설” 등 고의성 여부에 대한 조사결과를 수용합니다. 그러나 고의성이 없었다고 책임까지 사라져서는 안됩니다.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관련자들에 대해 적절한 책임을 묻고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 실행해야 합니다.

4. 이번 사건이 MBC는 물론 모든 방송언론인들이 매우 구체적인 자각을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방송사 차원의 반성과 노력도 중요하지만 구성원 개개인의 반성과 노력도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어제(15일)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연 “언론에 의한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피해자 증언대회”에서 티브로드방송 이제문 기자님이 용기를 내 고백했던 것처럼, 세월호참사 당시 및 이후 본인들의 행동, 활동을 있는 그대로 고백해주시기를 바랍니다. 회사와 경영진의 잘못 뒤에 숨어 구성원 개개인의 잘못이 가려지는 일이 없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5. 최승호 사장님께서는 취임 이후, 그동안 MBC가 잘못한 것을 철저히 조사하고 조치를 취하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조속히 조사결과와 조치결과를 공개해주시기 바랍니다.

6. 이번 사건의 조사과정을 지켜본 결과, 어느누구도 악의적, 고의적으로 행하지 않았음이 드러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생자들은 또 다시 모욕당했고 유가족들은 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MBC가 “다시, 만나면 좋은 친구”가 되기위해 해온 노력들이 충분했는지, 진심어린 것이었는지 그리고 구성원 모두가 같은 노력을 해왔는지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2018. 5. 16.

(사)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