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돌파 탁월 손흥민-황희찬 ‘역대급’ 투톱 카드

입력 2018-05-3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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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러시아월드컵 개막에 앞서 가진 첫 실험에서 축구국가대표팀 손흥민과 황희찬은 투톱으로서 성공 가능성을 입증했다. 스피드와 돌파, 그리고 압박 능력까지 둘이 전방에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줬다. 2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온두라스와의 평가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손흥민(오른쪽)이 황희찬과 함께 활짝 웃고 있다. 대구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2018러시아월드컵을 앞두고 최종 담금질에 들어간 축구국가대표팀이 2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온두라스에 2-0으로 이겼다. 상대가 워낙 약해 월드컵 전초전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지만 대표팀 신태용(48) 감독은 적지 않은 소득을 챙겼다. 가장 큰 부분은 다수의 부상자 발생 등으로 어수선했던 팀 분위기를 다시 살려낼 수 있었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손흥민(26·토트넘)과 황희찬(22·잘츠부르크) 투톱 카드의 가능성 확인이었다.


손흥민과 황희찬은 이날 선발로 출전해 최전방에서 호흡을 맞췄다. 대표팀에서 제대로 손발을 맞춰본 적이 많지 않았던 둘의 호흡은 완벽했다고는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갈수록 눈에 띄게 나아졌다.


둘이 함께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출전했을 때 확실한 장점이 드러났다. 스피드와 개인돌파였다. 빠른 손흥민과 황희찬은 스피드와 개인기를 앞세워 상대 수비를 많이 흔들어놓았다. 자유롭게 포지션을 바꿔가며 그라운드를 넓게 활용해 공격의 활로를 뚫었다. 손흥민은 선제골을, 황희찬은 추가골을 어시스트하며 나란히 공격 포인트도 기록했다.


둘의 장점은 공격에서만 드러난 게 아니었다. 대표팀은 온두라스를 상대로 강한 전방 압박을 펼쳤다. 손흥민과 황희찬은 위치를 가리지 않고 저돌적으로 달려들어 상대 수비의 빌드-업을 수시로 방해했다. 한국의 빠르고 강한 전방 압박에 온두라스 수비들은 빌드-업에 어려움을 겪었고, 롱 볼 위주로 패스를 해야 했다. 그 덕분에 한국 수비라인 전체가 원활하게 상대 공격을 차단할 수 있었다.


한국이 월드컵 본선에서 상대해야 할 팀은 스웨덴, 멕시코, 독일이다. 특히 스웨덴과 독일은 수비조직력이 뛰어나고, 장신 센터백이 즐비해 공중 볼 싸움으로는 승산이 크지 않다. 그런 측면에서 높이는 다소 부족하지만 스피드와 개인기가 좋은 손흥민-황희찬 투톱이 장신 수비수들을 흔들어 놓는데 적절한 카드가 될 수 있다는 게 온두라스전에서 증명됐다. 둘은 소속팀과 유럽클럽대항전에서 장신 수비수들을 상대해본 경험도 풍부하다.


손흥민-황희찬 투톱 카드가 가지는 또 하나의 장점은 전술적인 변화가 용이하다는데 있다. 손흥민과 황희찬은 스트라이커로도 출전할 수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측면과 섀도 스트라이커 자리로 이동이 가능한 자원들이다. 경기 도중 상대의 전술 변화에 맞춰 위치를 바꿔가며 맞춤형 전략을 펴는데도 효과적이다.


한국축구는 역대 월드컵에서 주로 원톱을 활용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서는 상대팀을 만나는 경우가 많아 수비와 미드필드를 두껍게 하는 전략을 위해 투톱 카드는 잘 꺼내들지 않았다. 하지만 손흥민-황희찬이라는 괜찮은 투톱 조합이 신태용호에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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