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아니면 도, ‘KT 리드오프’ 강백호의 생존법

입력 2018-05-30 16: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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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강백호.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정확한 콘택트 능력에 빼어난 선구안, 상대 배터리를 흔들 수 있는 빠른 발까지. ‘좋은 리드오프’의 기준은 여러 가지다. 걸음이 빠르지 않은 데다 중장거리형 타자인 강백호(19·KT)는 전형적인 리드오프의 기준과는 조금 떨어져있다. 하지만 본인만의 접근법으로 낯선 자리에 적응 중이다.


강백호는 29일 대구 삼성전까지 8경기 연속 1번타자로 선발출장했다. 8번타자로 개막을 맞이한 그는 2번타순을 거쳐 톱타자 자리까지 올라섰다. 성적도 나쁘지 않다. 강백호는 1번타자로 나선 56타석에서 타율 0.380, OPS(출루율+장타율) 1.089를 기록 중이다. 출루율이 0.429로 타율과 차이가 크진 않지만, 3홈런을 때려내는 등 8개의 장타를 1번타순에서 집중시켰다.


타석에서 끈질긴 모습을 보이기에 리드오프로서도 나쁘지 않다. 강백호는 30일 경기 전까지 타석당 투구수 4.00개(리그 20위)를 기록했다. 아직 프로 투수들의 변화구에 익숙지 않은 ‘루키’임을 감안할 때 주목할 만한 성과다.


흥미로운 건 강백호의 초구 성적이다. 강백호는 올 시즌 20차례 초구를 타격했고, 타율 0.474를 기록했다. 안타 9개 중 4개가 장타다. 지난 27일 수원 LG전에서는 선두타자 초구 홈런을 때려내기도 했다. 평균 한 타석에서 공 네 개를 지켜보는 강백호가 첫 타석에서 초구를 타격했을 때, 평균에 수렴하기 위해서는 그 다음 타석에서 7구를 지켜봐야 한다. 초구에 적극성을 띄면서 결과를 만들어내지만, 끈기가 필요한 순간에는 투수를 괴롭힐 줄 아는 강백호다. 강백호는 “초구에서 결과를 만들거나, 어떻게든 승부를 길게 끌고 가고 싶다”고 설명했다. 강백호의 ‘모 아니면 도’ 방식의 마음가짐이 그를 신개념 리드오프로 만들고 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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