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을 앞둔 한국 축구대표팀(FIFA 랭킹 61위)이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FIFA 랭킹 41위)와 평가전을 가졌다. 신태용 감독(맨 왼쪽). 전주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동아닷컴]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이 3백에 허술함을 노출하며 출정식에서 완패를 당했다.
한국은 1일(이하 한국시각) 오후 8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보스니아와 2018 러시아 월드컵 출정식 겸 A매치 평가전에서 에딘 비스카에 해트트릭을 허용하면서 1-3으로 패했다.
이날 한국은 스웨덴 전에서 사용할 것이 유력한 3백을 실험하며 기성용을 센터백 기용하는 등 수비 강화에 중점을 뒀지만 수차례 수비 뒷공간을 허용하며 남은 기간 3백 완성도를 높여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경기 후 신태용 감독은 "3백을 준비했는데 실험적으로 하다 보니 실수가 많이 나와 실점했다. 시간적 여유를 갖고 하다 보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시간 부족을 3백 실패에 대한 원인으로 진단했다.
예비 명단에 센터백 6명을 발탁하고도 중앙 미드필더가 주 포지션인 기성용의 센터백 기용 실험을 시도한 신태용 감독은 “기성용을 테스트한 것은 다양한 목적이다. 장현수가 부상에서 회복하면 기성용을 함께 뛰게 할 때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를 고민하면서 테스트를 했다. 중앙수비수로 계속 뛸 수도 있고, 원래의 자리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해명했다.
수비조직력 보완책으로는 “3백 양쪽 수비수들에게 풀백 개념을 가지고 수비를 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3백 형태를 고수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주문을 하고 있는데 쉽게 되지 않고 있는 부분이 있다. 우리가 조금 더 준비하면 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보고 있다”며 남은 시간 3백 조직력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다.
하지만 그간 신태용 호의 평가전 성적을 돌아보면 이 자신감에는 물음표가 남는다. 신태용 감독이 처음 3백을 꺼내든 것은 지난해 10월 러시아와의 평가전이었다. 이날 한국은 4실점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이 경기 후 3일 뒤에 열린 모로코와의 평가전에서도 한국은 주전을 대거 제외한 모로코에 3백으로 나섰다가 수비 불안을 노출하면서 1-3으로 완패했다. 2경기 7실점으로 불안했던 3백을 접고 4백으로 치른 이후 8경기서 한국은 무패를 달렸다.
그러다 북아일랜드 전에서 4백으로 1-2 패배를 당한 신태용 감독은 폴란드 전에서 다시 3백을 꺼내 2-3으로 패했다. 그리고 이번 출정식에서 다시 3백을 사용해 1-3 완패를 당하고 말았다. 3백으로 나선 4경기 실점이 13점에 달한다.
결과를 놓고 보면 3백을 써서는 안 될 것 같지만 한국은 4-4-2를 주로 사용하는 스웨덴 전에서 3백으로 나설 것이 유력하는 점이 딜레마다. 상대의 투톱을 효과적으로 봉쇄하고 좀 더 수비적인 경기로 역습을 노리기 위해서는 3백이 적절한 포메이션이기 때문이다.
KBS 이영표 해설위원 역시 “스웨덴 전에서는 반드시 3백을 써야 한다고 본다. 3백은 사실상 5백이다. 평가전에서 안 좋은 기억이 있지만 남은 기간 동안 반드시 조직력을 만들어야 하는 숙제다. 4백을 발전시키는 것보다 우리에겐 3백을 발전시키는 것이 더 유리하다. 3백은 1명이 더 도와주면 사실상 6명이 수비를 한다. 수비수가 6명이 조직력이 갖춰지면 상대를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수비 조직력으로 70분을 버텨내고 남은 시간동안 상대의 빈틈을 노릴 수가 있느냐가 관건이고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3백 조직력이 완성된 상태로 스웨덴을 만날 수 있다면 승리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물러난 상태로 전반전을 보내고 70분이 지난 후 스웨덴이 급한 마음에 본래 진영을 깬다면 단 한 번의 기회가 올 수 있다. 70분을 버텨낼 힘이 있다면 점유율이 밀려도 우리가 지배하는 경기가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월드컵 본선까지 남은 시간이 너무 적다. 신태용 감독은 남은 시간 3백 조직력 강화가 가능하다고 자신하지만 지금껏 3백을 쓴 경기에서 단 한 번도 좋은 내용을 보이지 못했다는 점에서 그 자신감의 근거가 보이지 않는다.
출정식에서 신태용 감독이 말한 ‘통쾌한 반란’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스웨덴과의 첫 경기를 반드시 잡아야 하고, 그 첫 경기의 성패는 3백의 조직력 완성도에 달려있다. 본선 첫 경기가 17일이 남은 시점에서 남은 기간 동안 3백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신태용 감독의 호언장담이 현실로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동아닷컴 송치훈 기자 sch5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