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함무라비’가 법원 사람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담아내 공감력을 상승시켰다.
JTBC 월화드라마 ‘미스 함무라비’(연출 곽정환, 극본 문유석)는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법원의 모습과 통찰력 있는 시선으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고 있다. 뜨거운 호평에 힘입어 지난 3회 시청률이 5.5%(수도권 유료가구 기준, 닐슨 코리아)를 기록했다.
‘미스 함무라비’에 쏟아진 호평에는 법원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사실적인 리얼리티가 한몫했다. “누구나 실제로 겪을 수 있는 ‘진짜’ 사건들과 그걸 다루는 사람들의 ‘진짜’ 고민을 담고자 했다”는 현직 판사인 문유석 작가의 말처럼 판사들의 고민과 민낯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기존 법정 드라마에서는 이름 없이 스쳐 지났던 구성원들도 놓치지 않고 조명한다. 개성과 매력을 갖춘 인물들이 저마다의 고충을 안고 법원 구석구석을 가득 채우며 극의 리얼리티를 더하고 있는 것.
제작진 역시 “판사뿐만 아니라 법원 곳곳을 채우는 사실적인 캐릭터들이 극의 리얼리티를 살리고 재미와 공감을 더하고 있다”며 “이들의 활약에도 많은 기대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평범하지만 그래서 더 공감 가는 법원 내 다양한 인간군상들. 이 개성 만점 법원 사람들의 활약을 기대하며 막강 캐릭터 열전을 짚어봤다.
#온리 마이웨이! But, 알파고급 능력의 속기 실무관, 이도연 그녀가 궁금하다! (이엘리야 분)
회식을 하다 칼 같이 퇴근해도 “됐어. 일 잘하잖아. 속기 한 글자 틀린 적이 없어”라고 말할 정도로 ‘꼰대’ 부장판사 한세상(성동일 분)도 터치할 수 없는 인물. 한세상 서랍 안 서류의 위치부터 가장 저렴한 도장가게까지 모르는 게 없는 뛰어난 업무 능력의 소유자다.
정보왕(류덕환 분)이 ‘수컷의 본능’ 운운하자 돌변해 치마를 들어 올리고 네크라인을 내리며 “본능의 거리가 일반적이고 평균적”이라고 일침을 놓고, 의외로 SNS에 통달한 모습으로 성추행 부장과 회사의 짜고 치는 고스톱을 의심하던 판사들에게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하기도 한다. 알파고급 업무처리 능력에 능청스럽기로 법원 원탑인 정보왕마저 당황시키는 당찬 카리스마로 걸크러쉬를 발산중이다.
#출퇴근 시간을 보장하라! 공무원 복지는 나에게~! 참여관 맹사성(이철민 분)
재판 조서 작성 업무를 담당하는 맹계장은 회식 자리에서 불만을 토로해 분위기를 싸하게 만들 만큼 공무원 복지와 근무여건에 관심이 많다. 정해진 업무 이상을 시키려하면 부리나케 판사실을 찾아가 의견을 개진하고, 고달픈 9급 공무원의 현실을 잘 알기에 자기 일 떠넘기지 않고 후배들을 헌신적으로 챙긴다.
싱글맘 윤지영이 과중한 업무로 힘들어할 때 박차오름(고아라 분)에게 달려가 “이런 식이면 일 못 한다”고 후배를 대신해 항의도 할 줄 아는 인물. 다소 거칠고 꼰대 같은 부분도 있지만 후배의 힘든 사정에 발 벗고 나설 줄 아는 따듯한 선배다.
서류 송달부터 민원 응대, 전자 결재 초안 작성까지 법원 일반직 중 가장 많은 일을 하는 ‘민사44부’ 실무관이다. 출근길에 아이를 법원 어린이집에 맡기는 워킹맘이기도 하다. 때문에 야근 하지 않기 위해 업무시간에는 숨도 쉬지 않고 일을 처리하는 모습은 진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자신의 사정을 이야기하기보다 그저 묵묵히 자기 일을 해내는, 응원을 부르는 워킹맘이다.
#엎어치기 한 판과 러블리 사이의 반전 매력! 법원 경위 이단디(이예은 분)
태권도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 이단디는 피해자를 다독이고, 몸싸움 하는 이들을 말리는 등 바람 잘 날 없는 ‘민사44부’ 재판정을 지키느라 바쁘다. 회식 자리에서 분위기를 띄우고 사내 활동에서도 펄펄 날아다니는 법원의 비타민. 청순가련형 미남 판사 임바른(김명수 분)에게 반해 “지켜드리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정작 테니스 시합에서 도움 안 되는 임바른을 혼쭐내는 불타는 승부욕으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지난 3회 방송에서 성추행 판결 이후 친구들에게 “법이 우릴 지켜준다”며 자부심을 부렸지만, 술집 밖에서 위협하는 남자들 앞에 무력하게 도망칠 수밖에 없는 일상은 평범한 여성들이 겪어야 할 고충을 보여주며 공감을 샀다.
#꼰대력 만렙! 리얼리티 살리는 민사43부 부장판사 배곤대 (이원종 분)
정보왕이 속한 민사43부의 부장판사로 광진구가 낳은 천재 소리 듣고 자랐다. 판사들과의 회식에도 의전을 따지고, 칭찬인 듯 칭찬 아닌 칭찬을 건네며 위신을 챙기는데 노련하다. ‘배석판사 업무 과중 논란’으로 곤란한 성공충에게 “문제 안 일으키는 게 먼저야. 이 조직에서는”이라고 질책하는 모습은 능글맞게 회식자리에서 웃던 모습과는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내며 냉정한 조직사회의 일면을 보여줬다.
#판사계의 성골,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더 무서운 두 얼굴의 수석부장 (안내상 분)
법원의 핵심 요직을 모두 거친 판사계의 성골 수석부장은 성공충에게 의견을 뺏긴 임바른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 같았지만 “그런 사람도 조직에 필요하다”고 은근히 비호하고 “야박한 사람, 모난 사람으로 비치면 아무리 뛰어난 인재라도 쓸모가 없어요”라며 선을 넘지 말 것을 넌지시 강요한다. 또한, 박차오름의 튀는 행동을 제지하려 하고, “행정처 근무를 왜 한 번도 못했지?”라며 성공충의 내재된 욕망을 건드릴 줄도 안다. 조직지향적인 수석부장의 두 얼굴은 씁쓸한 현실을 뒤돌아보게 한다.
#이런 사람 꼭 있다! 성공만을 향해 달리는 부장 판사 성공충 (차순배 분)
오직 출세만을 위해 경주마처럼 달려 나가는 성공충은 임바른의 의견을 가로채고, 사건 처리 1등을 놓치지 않기 위해 배석판사들을 비인간적으로 쥐어짰다. 후배들의 노력을 갉아먹으며 출세를 지향하는 상사의 표본이지만, 엘리트가 가득한 법원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안타까운 인물이기도 하다. “나랑 일하는 동안에는 연애, 결혼 신경 쓰지 말고 일에만 전념하라. 여판사들 일 좀 할 만하면 결혼하고 임신해서 전력이 절반이나 줄어버린다”는 문제 발언까지 일삼는 성공충은 배석 판사가 무리한 업무로 유산을 했음에도 제 자리 지키는데 급급한 모습으로 분노를 샀다.
사진｜‘미스 함무라비’
동아닷컴 이슬비 기자 misty8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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