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43’ 금강불괴 정우람, 미지의 세계를 향해 달린다

입력 2018-06-0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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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정우람. 스포츠동아DB

프로야구 KBO리그에서 한 시즌 50세이브는 ‘미지의 세계’로 통한다. 출범 첫해인 1982년부터 2017시즌까지 35년 역사상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은 기록이다. 역대 최고의 마무리로 손꼽히는 오승환(토론토)이 삼성 시절 기록한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도 47개(2006·2011시즌)다. 강력한 불펜야구를 펼치는 일본프로야구(NPB)에서도 2017시즌 소프트뱅크 외국인투수 데니스 사파테(51세이브)가 처음 작성했을 정도로 오르기 힘든 고지다.


● 이대로 가면 51.43세이브 페이스


그래서일까. 올 시즌 리그 최고의 마무리로 손꼽히는 한화 정우람(33)의 행보에 유독 관심이 쏠린다. 그는 2일 사직 롯데전에서 세이브를 따내며 팀이 56경기를 치른 시점에 20세이브(2승) 고지를 밟았다. 압도적인 세이브부문 1위로 평균자책점은 1.13에 불과하다.


자연스럽게 KBO리그 최초 한 시즌 50세이브의 주인공이 탄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우람이 지금의 페이스로 세이브를 추가한다면, 팀이 144게임을 모두 치른 시점에 51.43세이브를 기록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당연히 변수는 존재한다. 본인이 원한다고 세이브를 올릴 수 있는 게 아니다. 팀이 세이브 요건을 충족하는 것이 우선이다. 점수차에 관계없이 3이닝 이상 투구하고 경기를 마무리하면 세이브가 주어지지만, 이는 마무리투수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얘기다. 한화가 10년만에 모처럼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정우람이 긴박한 상황에 마운드에 올라 쾌투를 이어가고 있다는 자체가 중요하다. 정우람은 “나는 생각을 안 하는데 주위에서 다들 (50세이브를 하라고) 주문을 건다”면서도 “사람 일은 모른다.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힘이 닿는 데까지 열심히 해보겠다”고 밝혔다.


한화 정우람. 스포츠동아DB


● 또 다른 세계, 아시아 최다등판도 가능할까


정우람은 KBO리그 통산 742게임에 나섰다. 풀타임 첫해인 2005시즌부터 연평균 61경기씩 등판한 셈인데, 지금의 페이스라면 NPB 역대 최다 969경기에 등판한 이와세 히토키(44·주니치)의 아시아 투수 최다등판 기록을 넘어서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이와세는 올해도 현역으로 뛰며 15경기에 등판했는데, 현실적으로 그의 기록을 넘어설 가능성이 가장 큰 투수가 바로 정우람이다. 아직 33세에 불과한데다 힘보다는 공의 회전력과 정교한 제구로 승부하는 투수라 불혹이 넘어도 경쟁력을 뽐낼 수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와세의 은퇴 시기와 최종 기록에 따라 수치가 달라지겠지만, 정우람이 향후 7~8시즌을 안정적으로 뛸 수 있다면 아시아 최다등판 기록 보유자로 우뚝 설 수 있다는 계산이다. 현재 KBO리그 역대 최다등판 투수는 류택현(901경기·KT 코치)이며, 메이저리그(MLB) 역대 최다등판 투수는 24시즌을 뛰며 1252게임에 등판한 좌완 제시 오로스코다. 정우람은 “당장 먼 미래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지금에 충실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지만, 정우람은 불펜 투수로 한국 야구사는 물론이고 아시아 역사를 새롭게 쓸 유력한 후보임에 틀림없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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