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내가 영웅이면 안 된다” 이대호의 일침, 롯데 깨울까

입력 2018-06-0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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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이대호. 스포츠동아DB

“분위기 좋은 것도 정도가 있죠. 알아서 올라올 때입니다.”


4월부터 7연속 위닝시리즈로 조용한 상승곡선을 그리던 롯데의 흐름은 오래가지 않았다. 투타 모두 최악의 난조에 빠지며 연패가 이어졌고, 9위까지 내려앉았다. 5연패이자 홈 6연패를 끊은 건 ‘캡틴’ 이대호(36)였다. 이대호는 3일 사직 한화전에서 3점포 한 개 포함 4타점으로 팀의 6-0 승리를 견인했다.


오랜만에 맛본 승리에도 경기 후 만난 이대호의 표정은 어두웠다. 그는 “이길 경기를 번번이 패하며 힘든 한 주를 보냈다. 연패 뒤 연승이 있지 않겠나. 이제 반등의 계기가 올 것이다”라고 입을 열었다. 그의 말처럼 롯데의 연패는 다 잡은 경기를 거듭 놓친 탓에 길어졌다. 야수들의 집중력이 결여된 플레이가 경기당 하나 이상씩 나왔다. 이대호는 “주장으로서 할 얘기는 다했다. 마냥 좋은 분위기에도 정도가 있다. 모두가 프로 아닌가? 알아서 올라올 때다. 나나 (손)아섭이 말고 다른 선수가 영웅이 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년째 캡틴을 맡은 이대호가 선수들의 방어막으로만 남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필요하다면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 악역을 자처한 것이다.


무조건 승리만 주문할 수는 없다. 다만 팬들 앞에서 창피한 경기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의 메시지다. 그는 “근성과 승부욕이 부족했다. 실수를 해도 납득이 가야한다. 몸을 아끼지 않고 막을 건 막아야 한다. 결과가 나빠도 자신 있게 배트를 돌려야한다. 상대투수가 우리를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 우승하려면 그런 팀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웅 대신 악역을 택한 이대호의 메시지는 잠자던 거인을 깨울 수 있을까.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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