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함 그리고 반성, 태극전사들은 반전할 수 있을까?

입력 2018-06-08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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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거짓말쟁이가 된 것 같다.” “내가 부족했다.” “(후배에게) 미안하다.”

볼리비아 평가전이 끝난 7일(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티볼리 슈타디온을 떠나며 태극전사들이 남긴 코멘트다.

신태용(48)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은 부진한 플레이 끝에 볼리비아와 0-0으로 비겼다. 2018러시아월드컵 도전을 앞두고 오스트리아 레오강에 사전전지훈련캠프를 차린 대표팀이 결코 원하지 않은 결과였다. 남미지역예선에서 탈락한 볼리비아는 세대교체 작업이 한창으로 주력들을 대거 제외한 1.5군이 오스트리아로 이동했다.

경기 이틀 전(5일) 레오강에 위치한 대표팀의 전용훈련장 슈타인베르크 슈타디온에서 갑작스런 체력훈련을 소화하며 컨디션이 바닥까지 내려앉았다고는 하나 ‘졸전’으로 포장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맥 빠진 90분을 보냈다.

그러나 경기장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대부분 선수들은 누구를 탓하거나 손가락질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을 호되게 질책하며 고개를 숙였다.

‘캡틴’ 기성용(29·스완지시티)은 자신을 ‘거짓말쟁이’로 표현했다. 대표팀의 선전을 바라는 팬들을 향한 솔직한 메시지였다. “주장 완장을 차고 아시아 최종예선부터 항상 같은 말만 반복했다. ‘최선을 다 하겠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이제는 딱히 할 이야기도 없다. 이제 거짓말쟁이가 된 것 같아 힘들다.”

이승우(20·헬라스 베로나)의 월드컵 최종엔트리(23명) 합류로 막내를 벗어나게 된 황희찬(22·잘츠부르크)은 스스로의 부족함을 탓했다. “몇 차례 찬스를 만들었지만 마무리를 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 공격수로서 할 역할이 많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반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장신(197.5㎝) 스트라이커 김신욱(30·전북 현대)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완벽한 헤딩슛을 두 번이나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했으나 MOM(맨오브더매치)로 뽑힌 그는 투 톱 파트너인 황희찬에게 미안함을 전했다. 완벽한 기회를 열어줬음에도 볼리비아의 골 망을 가르지 못한 것이 그저 자신이 잘못해서라는 생각이 강하다.

“(황)희찬이에게 미안하다. 하루 훈련했는데, 더욱 맞춰가야 한다. 공격수는 골로 말하는 법이다. 점차 발전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

월드컵 입성에 앞서 소화한 대표팀의 마지막 공개 평가전은 이렇듯 미안함과 반성, 안타까움으로 가득했다. 11일 그로딕에서 세네갈과 실전을 치르지만 양 측 합의에 따라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된다. 아무리 잘 싸우고, 내용과 결과를 모두 잡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더라도 세세한 상황을 알릴 수 없다.

더 이상 아프고 싶지 않은 태극전사들은 과연 반전을 일궈낼 수 있을까.

레오강(오스트리아)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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