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현. 사진제공|KLPGA
이승현은 10일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엘리시안 컨트리클럽(파72·6535야드)에서 열린 에쓰오일 챔피언십(총상금 7억원·우승상금 1억4000만원) 최종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잡아내는 깔끔한 플레이를 펼치며 합계 17언더파 199타로 통산 7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승현. 사진제공|KLPGA
● KLPGA 통산 5번째 노보기 챔피언
사흘 내내 군더더기 하나가 없었다. 이승현은 1라운드부터 3라운드까지 단 하나의 보기도 기록하지 않았다. 대신 완벽한 퍼트 감각을 앞세워 버디만을 솎아냈다. 1라운드 버디 5개, 2라운드 버디 4개 그리고 최종라운드 버디 8개를 각각 낚았다.
이로써 이승현은 KLPGA 40년 역사 동안 단 4차례밖에 나오지 않았던 노보기 우승을 달성했다. 신지애(2008년 우리투자증권 챔피언십)~배선우(2016년 E1 채리티 오픈)~박성현(2016년 보그너 MBN 오픈)~지한솔(2017년 ADT캡스 챔피언십)에 이은 역대 5번째 대기록이다.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최종라운드였다. 이날 제주도 전역에 낙뢰와 강풍이 예고되는 바람에 KLPGA 경기위원회는 핀 위치를 비교적 쉬운 곳에 설정했는데,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최종라운드 내내 바람 한 점이 불지 않았다. 결국 선수들은 18홀 내내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버디를 쏟아낼 수 있었다. 실제로 이날 톱5에 포진한 선수들 가운데 보기가 나온 경우는 16번 홀(파3) 조정민(24·문영그룹)이 유일했다.
이승현. 사진제공|KLPGA
● 완벽한 퍼트로 별명 재확인
이처럼 버디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가장 돋보였던 선수는 이승현이었다. 평소 탁월한 퍼트 덕분에 ‘퍼트 달인’이라는 별명을 지닌 이승현은 이날 역시 버디 행진을 이어가며 타수를 빠르게 줄여나갔다. 2~6번 홀 5연속 버디를 기록한 뒤 9번과 12번, 15번 홀에서 다시 1타씩을 줄였다. 특히 조정민과 박빙의 선두 경쟁을 펼치던 12번 홀(파3)에서의 13m 장거리 버디 퍼트는 우승을 확정짓는 한 방이었다.
2011년 생애 첫 승을 거둔 뒤 2013년 1승, 2014년 1승, 2016년 2승, 2017년 1승으로 꾸준한 활약을 이어온 이승현은 다시 한 번 정상을 밟고 3년 연속 우승을 기록하게 됐다. 통산 10승 고지 역시 가까워졌다.
이승현은 “코스가 나와 잘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어 크게 기대하지 않고 챔피언조에 들어섰다. 그런데 점점 퍼트와 샷 감각이 살아나면서 우승을 하게 됐다”며 활짝 웃었다. 장기인 퍼트 비결에 대해선 “계산을 오래 하는 선수들도 많지만, 나는 감각에 주로 의존하는 편이다. 퍼트 라인 뒤편에 서서 그림을 많이 그려본 뒤 퍼터를 잡는다”고 밝혔다.
최근 휴식을 취한 덕분에 컨디션을 회복했다는 이승현은 “생각보다 시즌 첫 승이 일찍 나왔다. 평소 슬로우 스타터라는 이야기를 듣지만 올해만큼은 승수를 빨리 추가해 개인 타이틀에 도전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제주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