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성은 “1년 동안 트로트 과외 받아 이젠 아저씨 부대도 생겼죠”

입력 2018-06-12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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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댄스 가수로 데뷔한 지 10년 만에 트로트로 전향한 성은. 그는 큰 거부감 없이 트로트를 시작했다가 값비싼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지금은 ‘트로트 가수 성은’으로 신바람 나는 인생을 살고 있다. 사진제공|바나나컬쳐엔터테인먼트

■ 섹시 댄스 가수서 트로트 가수로 변신한 성은

진정성 부족…연습생 시절 초심으로
트로트 맛 살리는 법부터 다시 배워
요즘은 축제란 축제는 다 가고 있죠


이제는 ‘섹시 댄스 가수’라는 타이틀이 오히려 어색하다. 간드러지는 콧소리와 애교 섞인 몸짓, 트로트의 매력으로 꼽히는 ‘꺾기’로 남성 팬들은 물론 주부 팬들까지 사로잡고 있는 가수 성은. 그는 11일 방송한 KBS 1TV ‘가요무대’에서 화려한 무대 매너와 흥겨운 노래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는 2005년 데뷔해 섹시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댄스 가수로 활동하다 10년 만인 2015년 트로트 가수로 변신했다. ‘뉴 페이스’가 좀처럼 나오지 않아 정체된 인상을 주던 트로트 시장에 성은의 등장으로 새바람이 일고 있다. 덕분에 곳곳에서 그를 찾는 전화가 많아졌고, 트로트 가수로 제법 자리도 잡았다.

그가 트로트 장르에 도전한 지 어느덧 3년이 흘렀다.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주위의 지속적인 권유와 소속사 대표 프로듀서이자 인기 작곡가 신사동호랭이의 든든한 지원, “트로트를 곧잘 부르는” 이유로 성은은 큰 어려움 없이 도전했다. 성공할 자신도 있었기에 많이 고민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나친 자신감이었을까. 그는 트로트 가수로 나서고 1년 동안 “거꾸로 매달려 있는 것 같았다”고 했다.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다는 의미다.

“평소 트로트를 좋아했고 젊은 트로트 가수도 많이 있어서 쉽게 융화될 거라 예상했다. 예상이 철저히 빗나갔다. 어디에도 끼지 못하는 이단아, 이방인이었다. 트로트 장르에도 끼지 못하고 댄스나 발라드, 그동안 해오던 분야에도 끼지 못했다.”

트로트 가수 성은. 사진제공|바나나컬쳐엔터테인먼트


‘주변인’이 되고 만 그는 좀처럼 마음을 잡지 못했다. 시간은 자꾸 흐르고 자신만 다른 세상에 동 떨어져 사는 것 같아 “제발 누가 나를 구해주길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노래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트로트의 맛을 알게 된 지는 1년 정도밖에 안 된다. 일을 시작하고 2년까지는 솔직히 ‘괜히 했다’ 싶은 마음이었다. 10년 동안 노래를 불렀고, 사랑을 받았다고 해서 어른들한테도 통할 것이라고 생각한 게 큰 오산이었다. ‘잘하네’ 하는 이야기는 들어도 그게 전부였다. 내겐 트로트엔 대한 진정성이 없었던 거다.”

성은은 이대로 가면 승산이 없다는 걸 잘 알았다. 그의 결정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것이었다. 데뷔 전 오랜 연습생 기간을 거친 것처럼, 트로트 가수로도 연습생 시절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1년간 스케줄을 소화하지 않고 트로트 전문가를 찾아가 배웠다. 해왔던 스타일대로 노래를 불렀더니 ‘트로트 맛’을 살리는 법을 모른다고 하더라. 일주일에 두 번씩 1년을 그렇게 배웠다. 몸에 밴 습관을 모두 버리고 완전히 다시 시작했다.”

트로트 재미에 빠진 건 그때부터다. 어느 날 피아노 반주에 맞춰 부른 곡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감정을 제대로 잡고 ‘맛’을 살려 애절하게 부르니 자신감도 생겼다.

“예전에는 분위기를 띄우려고 재롱도 부리고 별짓을 다 했다. 지금은 특별히 한 게 없어도 어른들이 일어나서 춤을 추더라. 진정성이 통했던 거다. 솔직히 예전에는 트로트를 한다고 칼을 뽑긴 뽑았는데 어딜 가서 노래를 하면 부끄럽기도 하고 창피했다. 지금은 무대도 없는 맨바닥에서 노래를 불러도 흥이 난다. 어른들이 제 노래에 맞춰 춤을 추면 보람도 생긴다.”

트로트 가수 성은. 사진제공|바나나컬쳐엔터테인먼트


값비싼 시행착오를 겪은 그는 자신의 앞길이 더욱 분명해졌다고 했다. 평소 성격도 긍정적이었지만 더 밝고 적극적으로 변했다. 성은은 “제2의 인생을 사는 것 같다”고 했다.

“어딜 가면 ‘신인 트로트 가수 성은’이라고 내 소개를 한다. ‘가요무대’나 트로트 가수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 촬영장에 가면 대기실마다 찾아가서 90도 ‘배꼽인사’를 하고 떡을 돌린다. 하하하! 아직도 트로트하면 선입견을 가지고 보는 분들이 많다. 열악한 상황도 많고. 개그우먼에서 트로트 가수로 활동한 윙크 언니들이 있긴 했어도 기성가수가 트로트로 전향해서 성공한 가수가 없다. 목표는 하나다. 트로트 가수라면 똑같은 마음일 거다. 로또처럼 어렵다는 히트곡이라지만, 정말 하나 만들고 싶다.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축제라는 축제는 다 가고 있으니 행복하다. 에너지가 넘치고 신바람 나는 삶을 사니 자연스럽게 ‘아저씨 부대’도 생기고, 요즘처럼 일할 맛이 나기는 처음이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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