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스모크’ 황찬성 “대중에게 외면 받는 고통, 그 느낌으로 연기”

입력 2018-06-12 14: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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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PM 멤버 황찬성은 잔뜩 긴장돼 보였다. 데뷔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2PM 멤버가 아닌 뮤지컬 배우로 국내 취재진과 함께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 또 뮤지컬 ‘스모크’는 국내에서 그가 올리는 첫 번째 작품인데다 해석하기 거의 불가능한 시인 이상의 작품으로 꾸며진 뮤지컬이기에 그는 긴장한 만큼 차분하게 인터뷰를 진행했다.

뮤지컬 ‘스모크’는 이상의 연작 시 ‘오감도(烏瞰圖) 제15호’에서 모티브를 얻어 제작된 극. 글을 쓰는 고통과 현실의 괴로움으로 모든 것을 포기하려는 남자 ‘초(超)’, 바다를 꿈꾸는 순수한 소년 ‘해(海)’, 이 두 사람에게 납치당한 여자 ‘홍(紅)’에게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황찬성은 ‘해’ 역을 맡았다.

첫 작품부터 너무 난해한 작품을 고른 것이 아닌지에 대한 물음에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은지, 어떻게 된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지만 마음에서 움직이는 ‘뭔가’가 있었다”라며 “이후에 ‘이상’에 대해 알아보고 다시 책을 읽었을 때 이전보다 이해가 빨랐다. 또 연습을 해서 많이 알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다”라며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답했다.

“제 입장에서는 다른 문화 콘텐츠에 도전하는 거니까 신중하게 결정을 했어요. 앞뒤를 재고 하진 않았어요. 그 정도로 제가 차분하게 결정할 스타일도 아니라서. 꼭 해보고 싶으면 빠른 시일 내에 결정을 하는 성격이어서요. 단지 작품이 매우 어려웠기 때문에 연습에 들어가기 전에 이 캐릭터를 어떻게 풀어 가야할지 걱정이 많이 됐어요. 그런데 확실히 배우들과 움직이고 대화를 나누며 연습을 하니 제가 단순히 글을 읽을 때와는 확연히 다른 이해력이 생겼다고 해야 할까요?”


학창 시절에 ‘이상’의 시를 배운 적이 있는지 묻자 그는 “공부를 안 해서…”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스모크’를 하기 전만 해도 시인 이상의 작품을 보지 못했다는 그는 뮤지컬을 시작하면서 이상의 작품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추상적이지만 외로움이 느껴졌다”라는 그는 “신문에는 작품이 실렸지만 대중들에게 외면과 부정을 당하지 않았나. 그럼에도 그는 유쾌함을 잊지 않는 시인이었다고 하더라. 그런 점에서 많은 공감대를 느꼈다”라고 말했다.

“이상 시인이 시를 쓴다면 저는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거나 노래를 부르면서 제 자신을 표현하잖아요. 그것을 부정당하는 순간, 저라는 사람 자체를 부정당하는 기분이 들어요. 제가 시인 이상이 느꼈던 고통을 감히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대중 앞에 나서는 사람으로서 부분적으로 같은 고통을 받을 때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마음으로 연기하고 있어요.”

가수가 아닌 배우로 무대에 올라가는 느낌은 확연히 다르다. 황찬성은 “가수로서 무대에 오르면 팬들과 교감을 느끼고 배우로서 관객들을 만나면 공감을 느끼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콘서트나 방송 무대에서 보는 팬들은 구호나 함께 노래를 부르는 등 눈에 보이는 움직임이 있지만 뮤지컬·연극 무대에서 바라보는 관객들은 눈빛이나 표정 등에서 극을 공감하는 것이 보인다는 것. 그는 “다가오는 느낌은 다르지만 방식이 다를 뿐, 덜하거나 더하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황찬성은 ‘스모크’ 전에도 작품 제안을 받은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무대 연기에 나서지 않았던 이유는 바쁜 스케줄 탓. 그는 “지금까지 활동하면서 개인적인 시간이 일주일도 되지 않았다”라며 “2PM 콘서트를 준비해도 한 달을 빠듯하게 해야 하는데 공연은 더 걸리지 않나. 온전히 작품에 매달릴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제 멤버들도 다 군대 가고….(웃음) 그룹 활동을 하지 못하니까 혼자서 뭔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어요. 야무지게 준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평소에도 개인 활동에 대해 고민해온 터라 관심이 있었던 뮤지컬에 도전하고 싶었어요. 정말 열심히 했어요. 왜냐면 잘못하면 영원히 여기에 발을 못 디디겠더라고요. 하려면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늘 배워야 한다는 마음으로 조금씩 감을 익혔죠.”


2PM 시절에 워낙 혹독한 스케줄로 육체적으로 힘든 것은 이골이 났다고. 바쁠 때는 한 달 가까이 잠자리에 누워본 적이 없다고 한 황찬성은 ‘스모크’ 무대에 오르기 전에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엄청나다고 말했다. 이에 밤 8시 공연임에도 식사를 미리 하거나 하지 않은 채 무대에 올라간다고 말했다.

“연습할 때도 우울하고 집에 가서도 대본 공부를 해야 하니 정말 우울하더라고요. 두 달 동안 비슷한 기분으로 지내서 피로감이 만만치 않았어요. 그래서 대기실에서 ‘오버추어’ 음악만 들어도 한숨이 나와요. 나가지도 않았는데 피로해요.(웃음) 이 극을 마주하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어요. 그런데 너무 신기한 건 공연이 끝나면 너무 개운해요. 뭔가 싹 비워진 기분이 든다고 할까요?”

황찬성은 지금과 같이 노래를 하고 연기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그게 가능할거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아니라고. 그는 “내가 생각보다 큰 꿈을 꾸고 있더라. 누구나 상승기가 있고 하락기가 있을 텐데 나도 그런 지점이 오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날 찾아줘야 하고, 그러려면 내 열정이 식지 않아야 하더라. 이 마음을 지켜내는 것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라며 “누구나 하는 일을 계속하면 질릴 때가 있고 다른 뭔가가 하고 싶을 때도 있지 않나. 게다가 관두고 싶어지면 어떠한 이유를 만들어내서라도 그만두지 않나. 행여 내가 그럴까 걱정이 되긴 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지금은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뮤지컬 외에도 tvN 드라마 ‘김 비서가 왜 이럴까’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지금이 이때가 그에게 열정이 가장 충만한 시기라고.

“곧 군 입대를 해야겠지만 시기나 계획은 아직 없어요. 개인적으로 지금이 가장 제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인 것 같고요.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에 고민하고 도전하는 게 제 목표인 것 같아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로네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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