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 vs 포르스베리, 중원전쟁에 명운 걸렸다

입력 2018-06-1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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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기성용.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16강에 오르려는 자, 중원을 지배하라.’


한국축구의 명운이 걸린 2018러시아월드컵 F조 조별리그 스웨덴과의 1차전이 18일 오후 9시(한국시간)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막을 올린다. 두 나라 공통의 목표인 16강 진출의 향방을 가를 1차전 최대 분수령은 바로 ‘중원전쟁’이다. 닮은 듯 다른 두 야전사령관, 기성용(29·스완지시티)과 에밀 포르스베리(27·라이프치히)가 맞붙을 중원에서 승부의 추가 기울어질 가능성이 높다.


● ‘축구인 피’ 흐르는 두 야전사령관


기성용과 포르스베리는 국적도, 소속팀도 다르지만 특별한 공통분모가 하나 있다. 바로 축구인의 피를 이어받았다는 점이다. 기성용은 잘 알려진 대로 K리그2 광주FC 기영옥(61) 단장의 둘째 아들이다. 타고난 유전자를 물려받은 축구인 2세는 일찌감치 호주 유학을 마친 뒤 국내로 돌아와 각급 연령별 대표팀을 거치면서 차세대 국가대표로 성장했다.


포르스베리는 기성용보다 더욱 진한 피를 품고 있다. 2009년 그가 데뷔한 스웨덴 2부리그 순스발은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모두 몸담았던 팀이다. 여기에 자신의 아내 역시 축구선수 경력을 지녔다. 성장 배경은 물론 지금의 인생 자체가 축구인 셈이다.


둘은 유럽 최고의 무대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공통점도 지닌다. 2006년 K리그1 FC서울에서 데뷔한 기성용은 2010년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SPL) 셀틱 이적을 통해 유럽 무대로 도약했다. 이어 2011~2012시즌을 앞두고는 스완지시티로 이적하면서 꿈에 그리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그라운드를 밟았고, 지금까지 주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포르스베리는 자신의 소속팀을 1부리그로 승격시키는 저력을 두 차례나 발휘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2010시즌 11골을 터뜨리고 순스발을 1부리그로 끌어올렸고, 2015~2016시즌에는 분데스리가 2부리그에 머물던 라이프치히를 역시 승격시켰다. 이어 2016~2017시즌에는 19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면서 분데스리가 도움왕 타이틀까지 품었다.


스웨덴 축구대표팀 에밀 포로스베리.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공수 성향’ 상반된 두 플레이메이커


이처럼 군데군데가 닮아있는 두 플레이메이커는 그러나 그라운드 위에서만큼은 다른 기질을 보인다. 둘의 움직임을 관찰하면 그 차이는 더욱 명백하게 드러난다.


도움왕 타이틀이 말해주듯, 둘 가운데 공격적인 성향이 더욱 짙은 선수는 포르스베리다. 왼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착실하게 볼을 공급하는 한편, 필요할 때는 과감하게 최전방으로 나서기도 한다. 왕성한 활동량에서 나오는 뛰어난 움직임도 장기다.


반면 수비형 미드필더가 주포지션인 기성용은 ‘선 수비 후 역습’ 전략의 열쇠다. 넓은 시야와 간결한 패스 능력을 지닌 찬스메이커지만, 한 수 위 전력의 스웨덴을 상대로는 수비에 중점을 둔 뒤 역습을 펼치는 전략 아래서 중책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16강행 첫 번째 길목에서 만난 한국과 스웨덴. 치열한 중원전쟁에서 먼저 깃발을 꽂게 될 쪽은 누구일까.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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