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브로에 우뜨라] 찬란했지만 슬펐던 ‘이집트 파라오’ 살라

입력 2018-06-20 13: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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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태극전사들이 스웨덴과 2018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F조 1차전을 치른 다음날인 20일(한국시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돌아왔습니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 곳은 시내 외곽의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이었습니다.

명색이 월드컵인데, 몸과 마음이 피곤하더라도 다른 경기를 관전하고 싶었습니다. 특히 이번 경기는 한참 전부터 고대했던 매치 업이었습니다. 러시아와 이집트. 개최국과 수준급 상대가 치열하게 부딪히는 장면을 ‘직관’하는 것이 흔한 경험은 아니잖아요. 4년 전 브라질대회를 찾았을 때는 우리 대표팀이 개최도시가 아닌, 포스 두 이구아수에 베이스캠프를 차려 다른 국가들의 경기를 보는 건 언감생심이었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소원풀이를 했습니다.

사실 관전을 포기할까 잠시 고민했습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씹어 먹던 이집트 공격수 모하메드 살라(26·리버풀)의 출전 여부가 불투명한 탓이었습니다. 월드컵 개막 직전,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어깨 부상을 당한 살라가 정말 뛸 수 있을까. 만약 나온다면 언제 투입되고 시간은 얼마나 될까. 이토록 특정선수, 그것도 외국 선수의 출전 여부가 궁금했던 건 정말 오랜 만이었네요.

최근 세계적인 매체가 전한 ‘동료들의 도움 없이는 유니폼도 갈아입을 수 없다’는 보도는 결국 오보로 판정됐습니다. 살라는 자신이 직접 옷을 벗고 입으며 당당히 선발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니까요.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을까요? 아쉬움이 훨씬 많은 시간이었습니다. TV중계로 지켜봤던 살라의 저돌적이고 화려한 퍼포먼스는 월드컵에서 전혀 나오지 않았습니다. 0-3으로 끌려가던 후반 28분 직접 얻어낸 페널티킥(PK)으로 한 골을 만회한 것이 전부였습니다.

경기장 전광판 스크린과 취재석에 비치된 경기 영상 화면은 끊임없이 살라의 얼굴을 비췄습니다. 처연하게 쏟아지는 차가운 빗줄기를 맞으며 아쉬운 순간마다 하염없이 하늘을 바라보던 큰 눈망울은 금세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았습니다. 물론 얼굴에 가득한 물기가 땀과 비에 섞인 눈물일 수도 있겠지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와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의 아성을 깰 것으로 전 세계의 기대를 모았던 살라의 찬란했지만 슬펐던 2018년 여름은 그렇게 영광과 아쉬움으로 점철된 채 흘러갔습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도브로에 우뜨라’는 러시아의 아침 인사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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