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돈스파이크 “먹방과 여행은 내 운명…이걸 하려고 음악을 했나봐요”

입력 2018-06-21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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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스파이크는 먹고 여행하고 음악 듣는 것이 취미다. 본업인 작곡가 겸 프로듀서보다 방송인으로 더 유명한 그는 “좋아하는 걸 하면서 수입까지 생기니 더 좋다”고 말한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프로듀서·작곡가?…잘나가는 방송인 돈스파이크

맛집과 여행…“나의 유일한 취미생활”
프로듀서…“평창올림픽 음악감독 했는데 몰라요”
미우새…“고기 좀 뜯었는데 광고 쇄도하네요”
스테이크 콘서트…“다음엔 바비큐 페스티벌”


민머리, 짙은 선글라스, 까무잡잡한 피부, 190cm에 가까운 큰 체격. 겉모습만 보면 ‘무섭다’는 느낌이 먼저 든다. 웃지 않고 있으면 잔뜩 화가 난듯 보인다. 그러나 찬찬히 뜯어보면 느릿느릿한 말투에 푸근한 인상으로 친근함까지 안겨준다. 육중한 몸매를 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돈스파이크(41·김민수)다. 그의 정확한 직업은 작곡가 겸 프로듀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음악감독을 맡았다는 사실을 아는 이도 많지 않다. 경기장에서 흘러나는 모든 음악을 그가 담당했다. 그런데 이 남자, 요즘 TV에서나 대중들에게 ‘먹방 요정’ ‘고기 잘 먹는 형’으로 통한다. 그의 이름 옆에는 스테이크라는 연관 검색어가 나올 정도로 ‘고기의 신’으로 유명하다.

최근 SBS ‘미운 우리 새끼’(미우새)에서 박수홍과 함께 출연해 가로×세로 30cm가 넘는 ‘통 스테이크’를 야무지게 먹어 화제가 됐고, 케이블채널 올리브 ‘원나잇 푸드트립’과 MBC ‘두니아’ 등에 출연중이다.

그 전까지 돈스파이크 하면 2011년 방송한 MBC 음악예능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에서 가수 김범수가 선보인 모든 곡을 편곡하고 함께 무대에 올라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당시만 해도 최고의 편곡자로 그와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 가수가 줄을 섰다. 한껏 분위기를 잡으며 음악밖에 모를 것 같았던 인물이 어느새 예능프로그램 곳곳에 얼굴을 내밀고 있다.

“주영훈, 윤종신 형님을 보면 음악작업도 하고 방송출연도 하는 게 정말 존경스럽다. 저는 죽어도 두 가지 일을 한꺼번에 못 하겠더라. 작곡가들은 멍하게 있으면서 구상할 시간이 정말 많아야 한다. 꾸준히 곡 작업 의뢰가 들어오고 있는데 온 신경을 쏟아내지 못하는 상황이라 일을 잠시 접었다. 욕심을 내서 한다면 하겠지만 지금은 방송 일에 집중하려고 한다.”

작곡가 겸 프로듀서 돈스파이크.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그는 “노력한 것에 비해 운이 좋은 편”이라며 “편곡이랑 비슷한 것 같다. ‘미우새’에 출연해 고기 먹은 게 전부인데 그걸로 광고도 찍고, 인기도 얻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보니 본업인 음악작업을 뒤로하고 예능프로그램에 주력하게 됐다. 취미로 하던 일인데 돈까지 버니 ‘일거양득’이다. 돈스파이크의 유일한 취미는 맛있는 것 먹고, 여행하는 것이다. 가장 좋아하는 것을 다섯 손가락에 꼽는다.

“여행!” “클럽!” “캠핑!” “외식!” “음악!”

요즘 예능 트렌드인 ‘먹방’과 ‘여행’ 콘셉트에 제격이다. 덕분에 그를 찾는 곳이 늘고 있다. 그는 자신을 “단언컨대 예능프로그램에 최적화된 사람”이라고 했다. 평소에는 움직이기 싫어하고 게으른 편이지만 여행만 가면 누구보다 빠르고 완벽하게 적응한다.

“옛날보다 더 의욕적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 예전까지는 ‘나는 작곡가’라는 생각에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도 남의 동네에 와서 노는 기분이었다. 이제는 내 일터 같다. 그러다보니 방송일이 점점 늘어나고 수입도 많아졌다. 메인 직업이 되어 버린 거다. 현장에 있는 카메라 감독님이나 스태프들이 눈에 보이고 연락도 자주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이 일을 하는 사람이 됐다. 예전에는 무섭다는 말도 많이 들었는데 예상한 것과 달리 순하다는 걸 알고 친근하게 생각해주시는 것 같다.”

워낙 먹는 것과 음악을 좋아하다보니 최근 ‘엉뚱한’ 일도 벌였다. 한 방송에서 고기 잘 굽는 요령과 레시피 등을 공개한 것이 화제가 됐고, 올 초 자신의 생일에는 1500만원어치의 고기 90인분을 사서 친한 연예인들을 초대해 대접했다. “고기 파티를 또 열어 달라”는 지인들의 요구에 바비큐 파티를 열기로 했다.

작곡가 겸 프로듀서 돈스파이크.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그는 23일 서울 신사동 한 라이브홀에서 ‘굴라굴라 페스티벌’을 벌인다. 예매를 시작하자마자 30초 만에 예정된 400장을 모두 팔아치웠다. 이후 추가로 판매한 100장도 5초 만에 팔렸다.

“운명인가 보다. 이걸 하려고 이제까지 음악을 했나 싶더라. ‘바비큐 페스티벌’을 여는 게 꿈이다. 주위에서 고기를 구워달라는 소리를 너무 많이 들었다. 수요가 있다는 판단에 한번 해보자 한 거다. 신조는 단순하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고기와 술을 즐기자’는 거다. 여기에 음악이 있으면 금상첨화다. 사람들의 기대치가 점점 높아져서 책임감이 든다. 목표? 그런 건 없다. 목표를 설정해놓으면 그것에 얽매이고 스트레스를 받고, 그러면서 불행이 시작되는 거다. 작곡가나 방송인, 어느 하나로 단정 짓지 않고 현재 그 분야에서 프로페셔널하게 행동하면 사람들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나. 그렇게 물 흐르듯 활동하고 싶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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