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가대표 전력분석관 김세윤이 말하는 ‘멕시코 공략비법’

입력 2018-06-2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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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축구대표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멕시코전으로 어느 감독이 진짜 여우인지 판가름 난다. 멕시코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 감독은 스리백과 포백, 점유 축구와 역습 축구에 모두 능한 것으로 유명하다. 실제 멕시코는 2018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세계 최강 독일을 상대로 수비에 집중하면서도 빠른 역습과 안정적인 공격 전개를 보여주면서 한층 발전된 모습을 드러냈다.


● 멕시코 포메이션과 수비 특징


멕시코는 독일전에서 4-2-3-1 전형을 사용했다. 원톱을 기용하고, 빠른 침투를 자주 시도하는 독일의 특징에 맞춰 중앙수비수는 엑토르 모레노와 우고 아얄라, 수비형 미드필더 2명은 안드레스 과르다도와 엑토르 에레라를 배치해 중앙 지역 수비를 최우선시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원톱 하비에르 에르난데스가 중앙 서클 근처에서 왕성한 활동력으로 상대 수비수의 짧은 빌드업을 철저히 차단했고, 2선에서는 스피드와 지구력이 좋은 이르빙 로사노와 미겔 라윤이 독일의 사미 케디라와 토니 크로스의 정상적인 공격 전개를 봉쇄했다. 이들이 경기 흐름을 완전히 멕시코로 가져오는데 핵심 역할을 했다. 독일은 경기 내내 공격 전개를 손쉽게 가져가지 못했고, 느리고 답답한 플레이만 반복했다.


에레라는 독일전에서 총 11.592㎞를 뛰었는데 볼이 없는 상황에서도 5.641㎞를 뛰며 수비공헌도가 가장 높았다. 멕시코의 1·2·3선 선수 대부분이 10㎞에 근접할 정도로 많이 뛰었다. 한국이 정상적인 빌드업으로 경기를 풀어나가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조별리그 F조 1차전 독일과 멕시코의 경기 모습.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공격 전개의 특징


멕시코는 독일전에서 역습시도가 많았다. 상대 수비와 미드필더의 패스를 차단했을 때 공간이 있으면 2선의 로사노, 카를로스 벨라, 라윤이 빠른 개인 드리블로 위험지역에 도달한 후 마무리 짓는 패턴을 선보였다. 수비진영에서 볼을 뺏으면 짧고 빠른 원터치의 패스 템포로 독일의 전방압박을 벗어났다. 볼을 에르난데스에게 연결하고, 다시 2선에서 공격진영으로 침투하면서 슈팅을 시도하는 특징을 보였다. 에레라와 과르다도가 각각 91%, 86%의 패스 성공률을 보였는데 공격을 전개하는 장면에서도 내용이 좋았다. 또한 왼쪽 공격수 로사노와 왼쪽 풀백 헤수스 가야르도가 공격 가담이 많았다. 멕시코 공격은 왼쪽이 58%였고, 중앙은 29%, 오른쪽은 13%였다. 왼쪽에 많이 치우친 것이 수치로도 나타났다. 멕시코는 공격으로 전개할 때 4명 이상의 선수들이 함께 움직인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단순히 개인 능력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팀 전체가 함께 이동한다. 뛰어난 조직력을 갖췄다.


멕시코 축구대표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공략 포인트는 강한 압박과 상대 왼쪽 공략


한국은 스웨덴전과 달리 수비라인을 너무 아래로 내리지 말고, 중앙선을 중심으로 수비와 공격에 모두 유리한 위치에 전선을 형성해야 한다. 상대가 왼쪽 공격이 강하므로 한국의 오른쪽으로 공격이 전개될 때 2선과 3선에서 적극적으로 협력수비를 해야 한다. 개인 돌파를 쉽게 내줘서는 안 된다. 중앙선 부근에서 황희찬을 중심으로 상대를 거칠고 강하게 압박하면서 상대 감정을 자극하고, 경기 흐름을 우리가 주도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중앙 지역에서 볼을 차단할 경우 공격에 치우친 상대 왼쪽 풀백의 뒤쪽 공간을 적극 공략할 필요가 있다. 상대의 공격적인 장점이 우리에겐 호재가 될 수도 있다. 또, 수비 진영에서 볼을 빼앗을 경우, 멕시코가 강한 전방압박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이럴 때 전방 공격수가 움직이는 공간에 빠른 롱 킥을 통해 다이렉트 공격을 하고 다시 세컨드 볼을 받아 마무리하는 방식도 중요한 전략전술이 될 수 있다.


스웨덴전 패배로 분위기가 위축되고 가라앉았지만 멕시코전에서는 승리보다 더 값진 투지를 보여주고 공격에서도 과감한 시도를 자주 해야 한다. 소극적인 플레이는 더 이상 나와서는 안 된다. 여우보다 강한 호랑이임을 입증해야 할 때가 왔다.


※ 김세윤 전 축구국가대표팀 전력분석관은 2010남아공월드컵에서 한국축구가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에 진출하는데 힘을 보탰다. 이후 제주 유나이티드, 서울 이랜드FC 등 프로팀에서 활동해왔다.


[스포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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