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스타 in 러시아] 가난과 차별 뚫고 별이 된 벨기에 루카쿠

입력 2018-06-2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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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축구대표팀 로멜루 루카쿠.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끝없는 가난, 지독한 괴롭힘 그리고 모진 인종차별까지. 벨기에 공격수 로멜루 루카쿠(25·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곁에는 이처럼 어두운 그림자가 늘 따라다녔다.


1993년 벨기에 앤트워프에서 콩고 이민자 집안의 맏아들로 태어난 루카쿠는 유년시절 가난이라는 첫 번째 장벽과 마주하게 된다. 워낙 가정형편이 좋지 않았던 탓에 끼니 거르기는 일쑤였고, 변변한 옷을 갖추는 일도 어려웠다. 끝없는 가난은 지독한 괴롭힘으로 이어졌다. 구멍 뚫린 신발로 운동장에 나오면 또래 아이들이 루카쿠를 놀리기 위해 모여들곤 했다.


어두운 유년시절을 보내던 루카쿠의 유일한 탈출구는 축구였다. 반드시 유명한 스타플레이어로 성장해 가족들을 책임지겠다고 다짐했다.


축구선수 출신 아버지(로저 루카쿠)가 물려준 남다른 유전자 덕분이었을까. 루카쿠는 각종 유스팀을 거치며 또래 가운데 단연 뛰어난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안더레흐트(벨기에)와 첼시, 에버턴을 거쳐 지난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상 잉글랜드)로 이적하면서 유럽을 대표하는 공격수로 성장했다. 물론 부침도 많았다. 흑인선수를 차별하고 괄시하는 일부 몰지각한 응원문화는 상처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누구보다 아픈 성장통을 이겨냈던 루카쿠는 이러한 암초에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이를 발판삼아 더 큰 무대에서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다. 2014브라질월드컵에서 벨기에를 8강으로 이끌었던 루카쿠는 이번 2018러시아월드컵에서도 훨훨 날아오르고 있다. 23일(한국시간) 조별리그 G조 튀니지와 2차전에서 멀티골을 몰아치며 조국에 5-2 대승을 안겼다. 파나마와 1차전(3-0 벨기에 승)에 이은 2경기 연속 멀티골. 루카쿠는 이날 전반 16분과 추가시간, 동료의 침투 패스를 모두 침착하게 골로 연결시켰다. 장신(190㎝)임에도 날렵한 움직임을 뽐내며 상대 골망을 재차 흔들었다.


두 번째 월드컵을 화려하게 장식 중인 루카쿠는 그러나 또 다른 암초에 부딪히고 말았다. 영국 스카이스포츠 등 주요 외신은 24일 “루카쿠의 왼쪽 발목 인대 부상이 의심된다”고 보도했다. 29일 잉글랜드와의 조별리그 3차전 출전이 불투명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과연 루카쿠는 예기치 못한 난관을 딛고 다시 한 번 일어설 수 있을까.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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