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정민 “영화 속 랩 직접 썼어요, 고달픈 청춘의 ‘스왜그’랄까…”

입력 2018-06-28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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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4일 개봉하는 영화 ‘변산’의 박정민은 2년여 쉼 없이 활동중이다. 하지만 그에게 휴식은 그다지 필요 없어 보인다. 박정민은 “힘들어 죽을 것 같은데 그 시점을 잘 넘기면 조금 더 달릴 수 있다”고 했다.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 영화 ‘변산’으로 돌아온 충무로 대세남 박정민

진짜 래퍼라면 날 힘들게 했던 걸 가사로
실제 산문집 낸 적도…요즘 ‘자책’에 심취
잇단 작품…죽을 만큼 힘들 때 더 달려야


‘래퍼로서 성공을 꿈꾸며 무려 6년 동안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에 도전했다. 발렛 파킹과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려가지만 래퍼의 꿈은 도저히 포기할 수 없다. 고교 시절 전국 백일장에서 장원을 차지할 만큼 뛰어난 글솜씨를 지녔지만 문학은 자신의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7월4일 개봉하는 영화 ‘변산’의 주인공 학수는 그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의 지나간 한 시절을 드러내는듯 보인다. 박정민(31). 그가 인터뷰 자리에서 풀어낸 이야기는 때로, 마치 스크린 속 인물의 한 모습이 현실의 세상으로 걸어 나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왔다.

박정민은 2011년 화제작 ‘파수꾼’으로 장편영화에 데뷔해 주목받았다. 하지만 대중의 시선은 그에게 오래 머물지 않았다. 이후 5년여 카메라 앞을 떠나지 않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을 다시 모으기엔 역부족이었다.

“많이 힘들었다. ‘이 일이 내게 맞나?’ 하는 생각이 불현듯, 불현듯 들곤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생각은 더욱 잦아져 극대화하는 순간까지 갔다.”

배우 박정민.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중학교 3학년 시절, 우연히 놀러 갔던 친구 아버지의 강원도 한 별장에서 배우 박원상을 만나지 않았다면 그는 결코 그런 고민을 하지 않았을 테다. “너무 재미있는 아저씨”가 배우라는 걸 알고 그가 출연한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봤다. 영화와 연기를 꿈꾸기 시작했다.

‘변산’의 학수처럼 어쩌면 운명 같은 것이었을까. 학수의 고향은 전북 변산. 거기에선 마주하고 싶지 않은 아버지와 초등학교 동창들이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걸려온 한 통의 전화는 결코 달려가기에 마뜩치 않은 고향으로 그를 이끈다. 그리고 그들과 얽힐 수밖에 없는 운명, 또 그렇게 헤쳐 나갈 수 있고 헤쳐 나가야 하는 운명 앞에 학수가 서게 한다.

박정민을 세상으로 이끈 것도 꿈이었다. 꿈은 멀쩡히 다니던 대학(고려대)을 한 학기 만에 뛰쳐나가게 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했다. “배우가 꿈이라고 말하기엔 너무 창피해서” 영화과를 택했다. “영화를 연출해 나도 출연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박원상이 속해 있던 극단 차이무의 연습실도 드나들었다. 극단의 막내 스태프로 일하며 박원상은 물론 이성민, 문소리 등 배우들의 무대를 지켜봤다.

연기와 배우의 꿈은 본격적으로 더욱 커져갔다. 1년 반 만에 연극과로 옮겼다. 그리고 출연한 ‘파수꾼’은 직업적 배우로서 첫 무대가 되어 주었다. 이후 5년의 힘겨움이 “극대화하는 순간” 찾아온 시나리오. 이준익 감독의 ‘동주’였다. ‘변산’은 이 감독과 또 한 번 의기투합한 작품이 됐다.

영화 ‘변산’에서의 박정민.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변산’의 학수는 다시 만난 아버지 그리고 친구들과 부대끼며 청춘의 짧은 한 시절을 좌충우돌 통과하는 중이다. 부대낌의 경험은 앞으로 학수가 이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할 것이다. 학수는 그래서 자신을 더욱 단단하게 채워 세상으로 나아갈 것이다.

학수는 자신이 맞닥뜨린 힘겨움을 랩 가사로 풀어냈다. 점점 깊어지고 자라나는 내면을 그대로 담아내며 듣는 이들의 가슴을 저미게 하는 그의 랩 가사는 실제 박정민이 썼다. 영화 촬영을 전후해 1년여 랩을 연습한 그는 자신이 학수인 것처럼 가사를 써내려갔다.

진짜 래퍼라면 자신 역시 “지금 내가 힘든 것, 나를 힘들게 했던 것”을 노래하고 싶다는 그는 관객도 “각자 살아온 역사처럼 영화를 봐주길” 원한다. 그래야 “많이 웃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만큼 자신이 영화 속 인물과 똑 닮은 것처럼 보이게 하는 작품으로서 ‘변산’은 아마도 그에게 또 한 편의 중요한 무대가 될 듯하다.

그러고서 박정민은 곧바로 ‘사바하’라는 영화로 달려갔다. 연이어 ‘사냥의 시간’을 거친 그는 이제 8월이면 ‘타짜3’이라는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간다. 전작인 ‘그것만이 내 세상’ 등을 포함해 2년여 쉼 없이 내달리는 중이다.

“달리다, 달리다 힘들어 죽을 것 같은데, 바로 그 시점을 잘 넘기면 조금 더 달릴 수 있게 된다.”

배우 박정민.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당분간 지지치 않을 기세다. 사이사이 한 달 평균 3∼4권의 책을 읽는다는 그는 이준익 감독의 권유로 문학 위주에서 인문학, 과학, 역사 등으로 폭을 넓혔다. 특히 윤동주, 체 게바라, 백석 등이 살아간 나날을 담은 평전은 “실제 인물이 실제 상황에서 실제로 어떤 행동을 하는지”를 들여다보게 하며 연기를 하는 데에도 큰 도움을 준다.

많이 읽는 만큼, ‘변산’의 랩 가사가 보여주듯, 박정민은 실제로도 글을 쓴다. 이미 2016년 산문집 ‘쓸 만한 인간’을 펴내기도 한 그는 요즘엔 ‘자책’에 관한 이야기를 그때그때 써놓는다. “세상에 내어놓을 수 없는 이야기”여서 책으로 묶지는 않을 거라고 말했다. 다만 사소한 일상을 기록하는 그것은 스스로를 돌아보게 할 뿐이어서, 혼자서만 느끼고 즐기는 ‘스왜그(swag)’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것 역시 ‘변산’의 학수처럼 자신을 채워 나가게 하는 또 다른 힘이 되어주리라 생각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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