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구자철·이청용 태극마크 반납할까

입력 2018-06-28 1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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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기성용-구자철-이청용(왼쪽부터).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28일(한국시간) 한국과 독일의 2018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F조 3차전 종료 이후 손흥민(26·토트넘)이 방송 인터뷰하는 뒤로 기성용(29·스완지시티)의 모습이 잠시 보였다. 그는 혼자 그라운드 쪽으로 걸어가면서 경기장 전체를 잠시 살펴봤다. 돌아선 그의 눈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독일전 승리에 따른 반응은 아닌 듯 했다. 주장으로써 동료들과 그라운드에서 함께 하지 못한 미안함의 표현이라고 볼 수도 없었다. 뭔지 모를 감회에 젖었다.


사실 기성용은 이번 월드컵이 개막하기 이전부터 선수로 나서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지인들에게는 일찌감치 이러한 뜻을 밝혔다. 그러나 중요한 경기를 앞둬 공개적으로 알리진 않았고, 조용히 경기에만 몰두했다. 그는 멕시코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막판 부상을 입으면서 벤치에서 독일전을 지켜봐야 했다. 16강 진출의 실낱같은 희망은 이었지만 결국 기성용은 2경기 출전으로 이번 월드컵을 마감해야 했다.


독일전 종료 이후 절친한 친구 구자철(29·아우크스부르크)이 은퇴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서 기성용이 태극마크 반납을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됐다. 구자철은 자신과 기성용이 이번 대회를 치르는 과정에서 러시아월드컵을 끝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하는 것에 대한 얘기를 주고받음을 알렸다. 추후 대한축구협회와 상의할 생각이라는 뜻도 전했다. 아직 그들의 태극마크 반납이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선수들의 의지가 확고하다면 축구협회나 대표팀 입장에서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특히 기성용은 이번 월드컵 본선 뿐 아니라 월드컵 최종예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팀의 주장을 맡아 마음고생이 심했다. 좋을 때도 있었지만 좋지 않을 때가 더 많았고, 주장으로써 그 부담감을 모두 짊어지면서 경기를 펼쳐왔다. 어려운 순간마다 대표팀을 대변하는 몫은 늘 기성용이 맡았다. 심신이 지칠 때로 지칠 만 했다.


이들 뿐이 아니다. 이번 대회에서 출전하지 못했지만 월드컵 무대에서 2골을 넣으며 2010남아공월드컵에서 한국이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에 진출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청용(30·크리스털 팰리스) 또한 기로에 섰다. 경기력을 회복하지 못해 러시아월드컵 최종엔트리에서 탈락했다. 적지 않은 나이인데다 예전의 기량을 되찾으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동기인 기성용, 구자철과 함께 태극마크를 반납할 가능성도 있다.


‘쌍용’으로 불리며 2009년부터 한국축구의 한 축을 담당한 기성용과 이청용, 각급 대표팀에서 늘 주장을 맡으며 리더십을 과시했던 구자철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태극호 고참들이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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