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의 한을 월드컵으로 푼’ 김영권, 유럽 진출 가시화

입력 2018-06-2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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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김영권.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신태용(48)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28일(한국시간) 러시아 카잔에서 끝난 독일과의 대회 조별리그 F조 최종전(3차전)에서 그야말로 통쾌한 반란을 일궜다. 모두가 0-0으로 끝날 것이라고 생각한 후반 추가시간 3분 김영권(28·광저우 에버그란데)의 골이 터졌다.


그동안 지독히 우리를 괴롭혀온 VAR(비디오판독 시스템)까지 이어진 끝에 골로 인정받았고, 3분 뒤 손흥민(26·토트넘 홋스퍼)이 쐐기포를 박아 넣으며 2-0 쾌승을 일궜다.


모두가 합심해 일군 역사에서 가장 빛난 건 김영권이었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3골을 넣었고, 3실점했다. 특히 0-1 패배로 끝난 스웨덴과 1차전에서 유효 슛이 0개였다며 온갖 오명을 뒤집어썼음에도 뒷문은 나름 안정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1-2 아쉬운 패배로 마무리된 멕시코와 2차전에서도 김영권은 출중한 플레이로 든든하게 우리 골문을 지켰다.


3차전에서도 그는 끝까지 버텨줬다. 티모 베르너(라이프치히)~메수트 외질(아스널)~마르코 로이스(도르트문트)~고레츠카(샬케04) 등 세계적인 공격수들이 즐비한 전차군단의 화력을 온몸을 던지며 방어했다. 여기에 월드컵을 통해 무명에서 신데델라로 부상한 골키퍼 조현우(27·대구FC)의 선방 쇼까지 더해졌으니 공이 샐 틈이 없었다. 김영권은 “정말 모두 고맙다. 힘겹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는데, 독일전 결과로 큰 희망을 찾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김영권.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그는 한 때 ‘미운오리새끼’였다. 2012런던올림픽 동메달 신화의 주역은 2014브라질월드컵에서의 초라한 플레이와 지난해 8월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과정에서의 실언으로 끝 모를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아들을 향한 비난여론에 상처 입은 어머니가 큰 병을 앓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나날이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더욱 단단해졌다. 러시아 입성에 앞서 오스트리아 사전훈련캠프를 마친 뒤 신 감독은 “(김)영권이가 잘해주고 있다. 몸 상태, 투지 모두 좋다. 수비 리딩도 탄탄하다”고 칭찬했다.


주축 중앙수비수를 놓고 고민한 신 감독은 오스트리아에서 가진 11일 세네갈과 비공개 평가전(0-2 패)을 기점으로 김영권에게 한 자리를 맡기기로 결정했다.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수비진은 99.9% 준비됐다”며 자신감을 드러낸 김영권은 가장 중요한 무대에서 긴 터널을 빠져나왔다.


하지만 그의 성장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유럽 진출의 가능성도 열렸다. 소속 팀과의 계약기간이 1년 남은 가운데 프랑스 리그 앙(1부) 명문클럽 스타드 렌이 꾸준하게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가 몸담은 곳이 중국이라는 이유로 조금만 못할 때마다 ‘중국화’ 등 서글픈 논란을 겪었기에 유럽 도전은 굉장히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 7월 개장하는 여름선수이적시장에 맞춰 스타드 렌은 물론 여러 유럽 클럽들의 동시다발적인 접촉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이미 러시아에는 수많은 유럽 스카우트들이 구석구석을 누비며 활동 중이다. 월드컵에서의 한을 월드컵에서 풀게 된 김영권의 전진은 다시 시작됐다.


카잔(러시아)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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