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2018러시아 조별리그 F조 3차 한국과 독일의 경기에서 승리한 후 기뻐하는 모습.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너무나도 통쾌했습니다. 그리고 눈물도 조금(?), 아니 많이 흘렸습니다. 우리가 ‘세계 최강’ 독일을 제압하다니. 이게 꿈이야, 생시야. 기왕에 16강까지 올라 좀더 태극전사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바람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지만 충분히 아름다웠고 행복한 여정이었습니다.
전날(27일) 진행된 공식기자회견은 참 안타까웠습니다. 축구국가대표팀 신태용(48) 감독이 결과는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는 의미로 “공은 둥글다”는 표현을 할 때마다 경기장 인터뷰 룸을 가득 채운 외신 기자들이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공은 둥글다”는 신 감독의 코멘트에 기분 나쁜 비웃음을 던졌습니다. 여기에 신 감독이 왠지 자신 없는 듯한 표정으로 “독일은 세계 최강이다. 최선을 다하겠지만 버거울 것이다. 1% 가능성이 있어도 도전 한다”는 말을 했을 때는 정말이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습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2018러시아 조별리그 F조 3차 한국과 독일의 경기에서 승리한 후 기뻐하는 모습.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저렇게 거만하고 건방진 사람들의 콧대를 꺾어주고 싶은데, 우리는 정말 잘할 수 있을까. 혹시나 3전패를 하고 귀국하게 되면 어떤 기분이 들까. 1무2패로 대회를 마친 4년 전 브라질을 떠날 때도 정말 괴로웠는데….
경기가 끝난 뒤 독일 취재진이 “독일이 몰락한 것이냐”, “패배가 수치스럽다고 보느냐”, “독일의 암흑기가 찾아왔다고 보느냐” 등 곤혹스러운 질문을 자국대표팀 요아힘 뢰브 감독에게 던질 때는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살며시 웃어줬습니다.
물론 이제 시작입니다. 아직은 우리축구가 갈 길이 멀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감동 못지않게 숙제도 한 가득 떠안았고요. 그래도 유쾌한 발걸음으로 집에 돌아가기 전에 한 번 지면을 빌어서나마 외쳐봅니다. “대~한민국!” “대~한민국!”
러시아 카잔에서
※ ‘도브로에 우뜨라’는 러시아의 아침 인사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