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스토리’ 호평…평균나이 63세 ‘실버벤스’의 힘

입력 2018-06-30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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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허스토리’의 한 장면. 사진제공|NEW

평균나이 63세. 각자의 연기경력 40년 이상. 어떤 역할을 해도 믿고 보게 만드는 저력의 배우들. 김해숙과 예수정 문숙 그리고 이용녀가 관록의 연기로 완성한 영화 ‘허스토리’로 관객 앞에 섰다.

60대 여배우들이 주축인 영화를 극장에서 만나는 일은 흔한 경험이 아니다. 그동안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 등에서 크고 작은 역할을 맡아 제몫을 해온 이들 배우가 한데 모여, 잊어서는 안 되는 역사를 스크린에 펼친다. 배우로서의 책임감을 넘어 허투루 연기할 수 없다는 사명감으로 나섰다. 실력과 경력, 어느 면에서 보더라도 ‘어벤져스급’ 만남이다.

이들 4명의 배우가 참여한 ‘허스토리’(감독 민규동·제작 수필름)는 일제강점기 일본 성노예 피해 여성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피해보상과 사과를 요구한 관부재판 실화를 담았다. 영화를 대표하는 얼굴로 배우 김희애가 전면에 나섰지만 피해 여성 역을 나눠 맡은 이들 4명의 배우들도 빼놓을 수 없는 주역이다.

저마다 실존인물을 모티프 삼은 인물을 맡아 전쟁으로 얻은 참혹한 상처와 절절한 상처를 관객 앞에 쏟아낸다. 각각의 인물이 일본 재판부 앞에서 자신이 겪은 처참한 상흔을 고백하는 장면은 한 편의 모노드라마를 보는 듯한 뭉클한 감동을 안긴다. ‘내공’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영화 ‘허스토리’의 한 장면. 사진제공|NEW


물론 출연을 결심하기도, 연기하는 과정도 수월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김해숙은 “역사적으로 알고 있는, 가슴 아픈 그 일을 과연 배우로서 얼마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그분들에게 누가 되면 안 된다는 고통을 느꼈다”고 밝혔다.

과거 상처로 인해 온전치 못한 마음으로 고통받는 인물을 연기한 이용녀는 “‘허스토리’를 통해 우리 사회에 소용돌이가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고백했다. 이 문제에 있어서 사회적인 공감대와 문제의식이 확산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는 “다음 세대 때는 이런 이야기가 영화로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며 “그렇기에 우리가 똘똘 뭉쳐서 완성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다”고 돌이켰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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