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리뷰] 신중현의 음악은 좋지만 ‘선택과 집중’은 갸우뚱

입력 2018-07-11 11:5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 뮤지컬 ‘미인’ 리뷰

주크박스 뮤지컬은 언제나 장단점을 안고 간다. 누구에게나 친숙한 음악이 있어 관객들이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지만 이야기를 노래에 맞춰 가다보면 짜임새에서 실패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거장 신중현의 음악으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 ‘미인’은 장점은 살렸지만 두루뭉술한 이야기 전개와 인물들의 감정을 모두 놓치며 작품을 흐지부지하게 만들어버렸다.

일제강점기 시절을 배경으로 한 ‘미인’은 하륜관의 변사 최강호와 미모의 신(新)여성 병연, 일본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형이자 독립투사 강산, 그리고 비록 일본 경찰이지만 함께 음악적 교감을 하는 마사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리고 있다. 거기에 조국의 자유를 찾기 위해 몸을 바치는 한국인들의 모습이 담겨진다. 그리고 그 장면마다 신중현의 노래가 들어가면서 드라마를 더한다.


주크박스 뮤지컬의 단점을 제쳐놓더라도 ‘미인’의 가장 큰 실수는 선택과 집중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른 장르이긴 하나 일제강점기 시절을 다룬 영화 ‘동주’는 나라를 빼앗긴 시절 시인을 꿈꿨던 청춘 ‘윤동주’에게 완전히 집중하며 작품성을 더했다. ‘미인’의 부제가 ‘모두가 사랑한 그 남자’였다면 ‘그 남자’에 더 집중해야 했다. 그런데 주변인들의 장면이 너무 많아지며 집중도가 확 떨어져 버렸다. 음악인으로서 최강호가 보여준 것은 가사 몇 자 끼적인 게 다다. 이에 두치가 “지금 경성이 발칵 뒤집혔어, 니 노래로!”라는 대사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의 삶과 음악 이야기는 어디에도 찾을 수가 없다.

최강호의 주변 인물들도 개연성이 떨어지긴 마찬가지다. 최강호와 ‘음악적 교류’를 나누는 설정의 마사오의 모습은 눈을 뜨고 찾아볼 수가 없다. 오히려 음악에 다가가는 그의 모습은 전반적으로 희화화 되며 장난스럽게 보일 뿐이다. 또 장난스러움에 악역 연기의 무게 역시 가벼워져 무취무색의 캐릭터가 돼버렸다. 게다가 어눌한 한국어 연기는 차라리 하지 않는 게 나을 뻔 했다. 여주인공 병연은 반전이 있지만 극의 큰 충격을 줄 정도는 아니라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그럼에도 거장 신중현의 음악은 생명력이 있다. 1970~80년대에 들렸던 그의 음악은 뮤지컬의 배경인 1930년까지 포용했다. ‘미인’, ‘커피 한 잔’ 등은 유쾌한 리듬으로 경쾌함을 살리고 김완선이 불렀던 ‘리듬 속에 그 춤을’은 매혹적인 분위기로 탄생했다. 마지막 넘버이자 일제의 압박에도 굴복하지 않고 부르는 ‘아름다운 강산’은 관객들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하다. 배우 김지철, 이승현, 허혜진, 김찬호, 이정선, 그리고 ‘후랏빠 시스터즈’의 박시인, 백예은의 활약상도 돋보인다. 7월 22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홍컴퍼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