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드라마] 꽃미남 꿀조합의 참패…비운의 청춘사극 ‘화랑’

입력 2018-07-11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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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종영한 KBS 2TV 드라마 ‘화랑’. 사진제공|화랑문화산업전문회사·오보이프로젝트

지난해 2월 종영한 KBS 2TV 드라마 ‘화랑’. 사진제공|화랑문화산업전문회사·오보이프로젝트

■ 드라마 ‘화랑’

박서준, 박형식, 방탄소년단의 뷔, 샤이니의 민호….

한자리에 모아놓기도 어려운 조합이다. 혼자서도 일당백하며 엄청난 흥행 파워를 자랑하는 이들이지만 아쉽게도 한데 모여서는 그 힘을 과시하지 못했다. ‘대세 중에 대세’인 이들이 지난해 KBS 2TV 드라마 ‘화랑: 더 비기닝’(화랑)에 출연해 경쟁작에 밀리고, 한 자릿수 시청률에 치이는 ‘굴욕’을 맛봤다. 이들이 한 드라마에 출연했다는 사실조차 아는 이 많지 않다.

뒤늦게 “절대, 다시는 이런 ‘꿀조합’을 캐스팅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을 듣고 있는 ‘화랑’은 희대의 ‘비운의 드라마’로 꼽힌다.

‘화랑’이 처음부터 망가진 것은 아니다. 제작 단계부터 뜨거운 관심과 숱한 이슈를 몰고 다녔다. 드라마는 1500년 전 신라의 서라벌을 누비던 화랑들의 열정과 사랑, 성장을 그린 청춘 사극. 당시 KBS 측은 “드라마나 영화에 화랑이 등장한 적은 있지만, 본격적으로 화랑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는 처음”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또 박서준, 박형식, 방탄소년단의 뷔, 샤이니의 민호 등 ‘꽃미남’ 배우들이 총출동했고, 당시 한류의 중심이었던 중국을 겨냥해 사전제작한 드라마라는 점에서 방송 안팎의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방송 시기가 점차 밀리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한령’까지 시작되면서 방송 2회 만에 한·중 동시 방송이 중단되는 악재가 겹쳤다.

문제는 드라마 밖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청춘 사극’이라는 간판을 내세우긴 했지만 사극 연기가 처음이었던 이들이 시청자를 TV 앞으로 끌어당기기엔 역부족이었다. 연기력도 상당 부분 미흡했고, 전체적으로 산만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화랑의 계급 갈등을 풀어나가기 위해 출생의 비밀이라는 오래된 ‘카드’를 써먹었고, 이야기는 점점 개연성을 잃어갔다.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았던 드라마는 끝내 긴장감 한 번 주지 못한 채 그렇게 막을 내렸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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