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보다 연기”…‘아름다운 조연’ 이정재의 힘

입력 2018-07-30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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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과함께’ 시리즈에서 염라대왕 역할을 맡은 이정재. 역할 비중과 출연 분량만 따지면 조연이지만, 분량보다 좋은 작품과 매력적인 캐릭터가 중요하다는 생각에 기꺼이 출연을 결정했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 주연만 바라보는 시대…‘나의 길’을 유쾌하게 걷는 ‘염라언니’

‘신과함께2’ 주연 아닌 염라대왕 역
“난 명백한 조연” 당당한 발언 속에
시사회·무대인사·인터뷰 온몸 홍보
분량에 연연 않고 함께 어울려 훈훈


“오직 ‘염라언니’를 위해서다.”

영화 시사회에 참석한 배우에게 나오기 쉽지 않은 질문이 이정재로 향했다. ‘이 자리에까지 왜 왔느냐’는 내용의 물음이다. 8월1일 개봉하는 ‘신과함께 - 인과 연’(제작 리얼라이즈픽처스)의 시사회에서다.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폭소부터 터트린 이정재는 “‘염라언니’ 때문에 이 작품을 택했고, 지금 여기에 와있다”고 유쾌하게 답했다.

‘염라언니’는 그가 ‘신과함께’ 시리즈에서 맡은 염라대왕 역할에 붙은 ‘애칭’이다. 어깨를 덮는 헤어스타일로 분장한 그의 뒷모습이 여자 같다면서 후배 하정우가 붙인 별명이다.

영화 전체에서 차지하는 역할 비중과 출연 분량만 따지면 염라대왕은 엄연히 조연이다. 하지만 이정재는 영화 개봉을 앞두고 제작보고회와 시사회는 물론 작품을 소개하는 매체 인터뷰에까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개봉 뒤 관객과 만나는 무대인사도 소화할 예정이다. 주연과 조연의 ‘위치’에 연연하고, 출연 분량을 하나하나 따지면서 영화 홍보에 ‘계산적으로’ 대처하는 대다수 톱스타와는 전혀 다른 모습. 때문에 이정재의 행보와 선택을 두고 영화계 안팎에서 훈훈한 뒷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정재는 ‘신과함께’ 시리즈에서 자신의 위치를 “우정출연이나 특별출연이 아닌 명백한 조연”이라고 설명한다. 분량보다 좋은 작품과 매력적인 캐릭터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발언이다. 이런 가치관을 프로모션 과정에서 실천하면서 ‘홍보요정’이란 별칭을 추가로 얻었다. 친근한 행보가 영화를 알리는 또 다른 입소문을 만들어내고 있음은 물론이다.

영화 ‘도둑들’에서의 이정재(왼쪽 두 번째). 사진제공|쇼박스


이정재는 2012년 영화 ‘도둑들’을 계기로 “연기관이 바뀌었다”고 밝힌 바 있다. 데뷔 때부터 스타였고, 이후로도 줄곧 같은 위치였지만 경력이 쌓이면서 혼자 돋보이기보다 배우 여럿이 어우러지는 작업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이를 행동에 옮긴 ‘도둑들’을 통해 데뷔 첫 1000만 흥행 성과를 거뒀다.

이듬해 출연한 ‘관상’도 마찬가지다. 영화가 시작하고 한 시간 뒤에 등장하는 인물 수양대군 역은 몇몇 톱스타가 분량 등을 이유로 출연을 거절한 배역. 하지만 이정재는 분량을 따지는 외적인 시선보다 작품과 역할에 집중했다. 덕분에 ‘관상’은 이정재가 배우 인생의 2막을 연 작품으로 통한다.

물론 분량이 적다고, 활약도 덜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짧지만 강렬한’ 카리스마가 때론 관객의 뇌리에 오래 각인된다. ‘신과함께 - 인과 연’의 이정재가 그런 경우다. 그가 맡은 염라대왕은 반전 스토리로 뭉클한 감동을 만드는 주역. ‘신과함께’ 시리즈의 주제를 선명하게 드러내면서 대미를 장식하는 인물 역시 염라대왕이다.

촬영이 끝나고 이정재는 연출자인 김용화 감독과 껴안고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감독이 2003년 내놓은 연출 데뷔작 ‘오! 브라더스’의 주연이 바로 이정재다. 두 사람의 ‘인과 연’이 15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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