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하다” 김한솔 한마디가 더 인상적이었던 이유

입력 2018-08-2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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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남자기계체조팀 김한솔.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분하다.”

24일(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지엑스포(JIEXPO)에서 열린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이하 AG) 기계체조 남자 도마 결선에서 2위를 차지한 김한솔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기술과 착지 동작 모두 완벽에 가까웠다. 1차시기에서 14.875점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착지 동작에 어떤 흔들림도 없었다. 문제는 14.225점인 2차시기 점수였다. 난도 5.2점, 실시점수 9.325점으로 총점은 14.525점이었지만, 0.3점의 감점이 발생했다. 결국 1~2차시기 평균 14.550점을 받아 마지막으로 연기를 펼친 섹와이훙(홍콩·1~2차시기 평균 14.612점)에 불과 0.62점차로 뒤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완벽에 가까운 연기를 펼치고 금메달을 확신했던 터라 아쉬움이 더 클 수밖에 없었다. 특히 느닷없이 발생한 0.3점의 감점은 논란의 소지가 다분했다.

경기를 마친 김한솔은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는 “연기를 마친 뒤 심판에게 인사를 하지 않아서 감점됐다고 한다”며 “결과가 이렇게 돼 분하다”고 했다. 그의 표정은 아쉬움으로 가득했다.

2차시기 영상을 분석한 결과 김한솔은 2차시기에서 착지 후 한 차례 박수를 친 뒤 두 팔을 들며 관중의 환호를 유도했다. ‘이것이 감점을 받을 만한 행위냐’는 질문에는 대한 답은 명확하지 않다. 국제체조연맹(FIG) 난도집에 그에 따른 감점 기준이 명시돼 있지만, 감점의 규모는 심판의 재량이다. 실제로 착지 동작을 완벽하게 마무리한 뒤 팔을 펴는 과정에서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하는 선수들도 있었다.

체조는 0.1점에 승부가 좌우할 수 있는 종목이다. 이를 판단하는 주체는 심판이다. 한마디로 외부 요인이 개입할 가능성이 큰 종목이라는 의미다. 난도와 실시점수가 아닌 감점은 심판의 판단이 절대적인 요소다. 김한솔의 잃어버린 0.3점이 더욱 아쉬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한솔의 “분하다”는 말이 인상적인 이유는 또 있다. 그는 전날(23일) 마루운동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선수생활의 큰 장애물을 치웠다. 그 장애물은 바로 병역문제였다. 가장 큰 고비 하나를 넘었음에도 그는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오히려 2관왕을 달성하지 못한 것에 무척 아쉬워했다. 우리는 한국 남자체조의 미래를 책임질 김한솔의 기술과 승부욕을 모두 봤다. 여기에 향후 국제대회에서 빼먹지 말아야 할 한 가지를 더 배웠다. 결과와 과정 모두 훌륭했던 김한솔의 첫 AG였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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