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팔로 허리후리기’ 김성민, 그는 투혼의 아이콘이었다

입력 2018-08-31 20: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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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유도대표팀 김성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31일(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JCC) 플레너리홀에서 열린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AG) 남자 유도 100㎏ 이상급에 나선 김성민(31·한국마사회)은 준결승이 끝난 뒤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다.

준결승 상대 오지타니 다케시(일본)가 금지 기술인 ‘겨드랑이대 팔꺾기’를 시도한 탓이다. 상대 반칙에 따른 승리로 결승에 진출했지만, 썩 유쾌한 상황은 아니었다. 김성민은 한참 동안 매트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오지타니가 곧바로 누르기까지 시도한 탓에 고통의 강도는 더했다. 금호연 대표팀 감독도 “팔에서 뚝 소리가 났는데, 인대 중 하나가 끊어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2014인천AG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긴 했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개인전 금메달이 간절했다. 유니버시아드대회를 제외한 종합국제대회 개인전 첫 우승의 기회, 쉽게 놓칠 수 없었다. 경기를 준비하기 위해 대기실로 향할 때도 김성민의 표정은 무덤덤했다.

결승 상대는 세계랭킹 11위 울지바야르 두우렌바야르(몽골)였다. 김성민은 최대한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아픈 기색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1분23초만에 호쾌한 허리후리기로 먼저 절반을 따냈다. 오른팔을 활용해 만들어낸 득점이었다. 김성민이 준결승에서 다친 팔이었다. 잡기 싸움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성치 않은 팔로 끝까지 버텼다. 두우렌바야르의 숱한 공격을 막아낸 끝에 금메달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김성민은 두 팔을 벌린 채 활짝 웃었고, 관중석에 큰절을 했다. 금호연 대표팀 감독도 그를 꼭 안아줬다.

김성민은 경기 직후 “준결승에서 팔이 꺾였다. 통증이 심했지만, 다행히 트레이너 선생님들이 도와준 덕분에 테이핑을 하고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 금메달을 따게 돼 정말 기쁘고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대표팀 트레이너는 “아직 사진을 찍어보지 않았지만, 팔이 꺾였더라. 한 팔만으로 싸워 이긴 셈”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 유도 개인전 마지막 경기를 대표팀 주장이자 맏형이 장식한 것이다. 투혼으로 일궈낸 결과라 더욱 값졌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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