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현장] 부국제 뒤흔든 ‘죄 많은 소녀’, ‘믿보’ 감독X배우의 탄생 (종합)

입력 2018-09-05 17: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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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현장] 부국제 뒤흔든 ‘죄 많은 소녀’, ‘믿보’ 감독X배우의 탄생 (종합)

지난해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주목한 신예 김의석 감독의 장편 데뷔작 ‘죄 많은 소녀’가 개봉한다. “잘 짜인 각본과 생생한 디테일, 훌륭한 장인정신을 담은 영화”라는 평을 받으며 김 감독에게 뉴커런츠상을 안긴 ‘죄 많은 소녀’. 영화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죄 많은 소녀’가 영화제에서 선보인 지 1년여 만에 관객들을 만날 준비 중이다.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언론시사회에 이어 영화 ‘죄 많은 소녀’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김 감독을 비롯해 출연 배우 서영화 전여빈 고원희 서현우 이봄 등이 참석했다. 당초 행사에 참석하기로 했던 유재명은 갑작스럽게 변경된 촬영 스케줄로 인해 불참했다.

김 감독은 “한국영화아카데미 장편 교육과정을 통해 만들었다. 2년 정도 시나리오 작업 끝에 만들었다. 내가 살면서 겪은 상실감과 죄책감 등을 가지고 오래 고민하고 다듬어서 만들었다”며 “(언론시사회와 기자간담회 등은) 처음 경험하는 일이라 조금 두렵기도 하고 걱정도 많이 된다. 공부하는 마음으로 잘 견디고 있다”고 고백했다.

‘죄 많은 소녀’는 한 여학생(전소니)의 죽음 이후 가해자로 몰린 친구 영희(전여빈)가 학교를 떠났다 돌아오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뉴커런츠상을 수상한 ‘죄 맣은 소녀’는 주연 배우 전여빈에게도 올해의 배우상을 거머쥐는 영광을 안겼다.

전여빈은 “1차 오디션을 보고 2차 때 배역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대본을 받았다. 굉장한 영화가 나올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며 “감독님과 대화하면서 ‘이 사람은 어떤 영화를 만들까. 이 영화를 작업하면서 어떤 시간을 보낼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영희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사건의 무게와 죄책감을 절대 놓쳐서는 안 됐다. 완전히 찢겨져서 더 찢겨질 마음이 없는 영희를 간직하려고 애썼다. 캐릭터를 놓치지 않기 위해 감독님과 밀도 있는 대화를 나누면서 촬영했다”고 고백했다.

전여빈을 비롯한 ‘죄 많은 소녀’의 모든 배우들이 시나리오에 매료돼 작품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서영화는 “시나리오가 좋았다. 내가 맡은 ‘경민 모’라는 캐릭터가 논리적이지는 않지만 감각적으로 이해되더라. 캐릭터를 분석하기보다는 현장에서 내가 ‘그 사람’ 자체라고 생각하면서 연기했다”고 회상했다. 서영화는 “영화가 시나리오보다 더 재밌었다. 시나리오를 읽을 때는 영희라는 인물만 따라갔는데 영화를 볼 때는 각각 캐릭터들이 보이더라. 좋았다”고도 말했다.


고원희는 “시나리오가 정말 좋았다. 처음에는 시나리오가 너무 어려워서 이해 못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게감이 있었다. 하루에 두 세 번 씩 보다 보니 시나리오에 매료되더라. 스스로에게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자 도전이라고 생각했다. 열정적으로 임하고 싶었다. 꼭 참여하고 싶었다”고 작품에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캐릭터가 아닌 진짜를 보여주고 싶었다. 내가 연기한 한솔이 가장 인간적이라고 생각했다. 인간의 본질적인 것들을 많이 찾으려고 했다. 내가 가진 감정을 최대한 진심으로 표현하려고 부단히 애 썼다”며 “스스로 몰아가면서 촬영해 굉장히 힘들었다. 그런데 완성작을 보면서 돌이켜보니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영화 ‘죄 많은 소녀’는 김의석 감독의 자전적인 스토리를 허구적으로 풀어낸 작품. 김 감독은 구체적인 질문이 나오자 망설이다 “학창시절 소중한 친구를 잃고 큰 상실감을 느꼈다. 친구가 실종된 상황에서 다들 암묵적으로 그 친구가 (죽음을)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고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인정하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내가 충격을 많이 받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사랑했던 소중한 친구인데 그를 완벽히 옹호해주지 못하고 스스로를 변호하는 모습을 봤다. 생각보다 비열하고 치졸한 방식으로 살아남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이야기는 허구지만 그때 느낀 내 감정을 담았다. 각 캐릭터에 쪼개서 담았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영화 속 캐릭터들은 모두 죄가 없어서 자기를 변호하는 게 아니라 누구보다 자책하고 있다. 죄를 떠안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의심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친다고 생각하고 시나리오를 썼다. ‘결백하기에 발악한다’고 생각하면 영화가 1차적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배우들의 열연과 깊이 있는 감정으로 관객들에게 진하게 여운을 남길 ‘죄 많은 소녀’는 13일 개봉한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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