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에서 ‘대박’으로…KT 황재균 “즐거운 대표팀, 매번 가고 싶다”

입력 2018-09-0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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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황재균은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대표팀에 대체자원으로 선발됐지만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금메달에 일조했다. 그는 “기회만 된다면 매번 대표팀에 가고 싶다”며 태극마크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스포츠동아DB

KT 황재균은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대표팀에 대체자원으로 선발됐지만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금메달에 일조했다. 그는 “기회만 된다면 매번 대표팀에 가고 싶다”며 태극마크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스포츠동아DB

대체 자원이 대체 ‘불가’ 자원이 되기까지는 약 2주의 시간이면 충분했다.

KT 위즈 황재균(31)은 극적으로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AG) 대표팀에 승선했다. 기존 3루수 자원인 최정(SK 와이번스)이 부상으로 낙마했고, 대안 1순위 후보로 꼽힌 황재균은 대체 발탁을 통해 AG행 막차를 타 누구보다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하위 타선에서 단연 돋보이는 해결사 역할을 해냈다. 대회 우승까지 6경기에서 4홈런 6안타 11타점을 생산했다. 모두 대표팀 내 1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황재균을 5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만났다.


● ‘대체’에서 ‘대박’으로


-대체 발탁으로 대표팀에 합류해 직접 금메달 획득에 앞장섰다.

“일단 국가대표로 뛰는 것을 항상 좋아했다. 기회만 된다면 매번 가고 싶다. 이번엔 대표팀의 최초 명단에 합류하지 못해 조금 아쉬웠는데, 나중에라도 뽑히게 돼 기분 좋게 다녀왔다. ‘금메달을 따고 오자’는 생각뿐이었고, 좋은 결과 덕분에 주위에서 축하를 많이 받았다.”

-단기전에 유독 강해 보인다. 여러 측면에서 본인에게 전환점이 될만한 대회였던 것 같은데?

“단기전을 위한 비결은 없다. 당시의 컨디션 문제다. 컨디션이 좋으면 잘 치는 것이고 안 좋으면 못 치는 거다. 운도 많이 따라야 한다. 특별히 전환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전과 똑같다. 그냥 대표팀 경기를 치르고 오는 것이기 때문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


-2014인천AG와 비교해 대표팀이 많이 젊어졌다. 느낌이 좀 다르던가?

“젊은 선수들이 대표팀에 와서 정말 잘해줬다. 특히 포지션은 다르지만 (이)정후(넥센 히어로즈)를 보고는 ‘얘는 진짜 잘 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내가 후배로서 뒤에서 받쳐주는 입장이었지만, 이번엔 선배로서 끌어주는 입장이라 느낌이 달랐다.”


-대표팀에 다녀올 때마다 개인적으로 얻어오는 것들이 있나?


“물론이다. 나보다 야구를 잘하는 사람에게서도, 나보다 못하는 사람에게서도 보고 배울 것이 있다. 대표팀에 가면 다른 선수들이 어떻게 운동하는지 지켜보면서 많이 배워온다. 특히 국제 대회를 치르는 일은 늘 재미있다. 좋은 선수들이 한 자리에 모여 호흡을 맞출 기회 아닌가. 내로라하는 선수들과 함께 야구를 한다는 것은 항상 즐겁다.”


-벌써 AG 금메달이 두 개다. 2020도쿄올림픽 금메달도 꿈꾸게 되었을 것 같다.

“기회만 된다면 또 뽑혀서 가고 싶다.”

KT 황재균. 사진제공|kt wiz

KT 황재균. 사진제공|kt wiz


● “그저 잘하려는 마음뿐이었는데….”

여러모로 중압감이 컸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의 메이저리그 생활을 마친 뒤 KBO에 돌아온 ‘복귀 시즌’인데다 익숙했던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도 벗었다. KT의 새 옷을 입고선 개인으로서도 팀으로서도 소기의 결과물을 보여줘야 했다. 각종 타격 지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박병호(넥센 히어로즈), 김현수(LG 트윈스) 등과 나란히 한국 무대로 돌아온 터라 부담은 가중됐다.

-KT에서의 첫 시즌, 만족스럽지만은 않을 것 같다.

“아쉬움이 많은 시즌이다. 성적도 제대로 나오지 않다보니 이것저것 모두 다 아쉽다. 장타 면에선 장타율이 5할(5일 기준 0.514)을 넘어 괜찮지만, 수치적인 부분에서 아쉽다. 팀 역시 하위권에 있어 아쉽다.”


-올 시즌을 치르며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


“개인적으로 어려움이 많았다. ‘무조건 잘 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런 마음이 야구장에선 오버 스윙 등으로 이어졌다. 체력 관리를 잘 하지 못해 햄스트링이 좋지 않은 때도 있었다. 그저 잘 하려는 마음에 너무 오버했던 것 같다. 어려운 시기마다 가족들이 늘 큰 힘이 되어 줬다.”

-소속팀에선 ‘금메달’의 기운을 기대하고 있다. 시즌을 마치는 과정에서 목표하는 바가 있나?

“매 경기 이기는 것이 아무래도 팀에 많은 도움이 된다. 그것만 신경 쓰고 있다. 경기는 얼마 남지 않았지만, 시즌을 마칠 때까지 부상 없이, 최대한 많은 경기를 이기고 싶다. 그 부분이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된다.”


● 야구장 밖엔 무엇이 있을까

황재균에겐 이색 취미가 있다. 비 시즌이면 곧잘 농구장 혹은 배구장을 찾아 타 종목 경기를 관람하곤 한다. 워낙 사람을 좋아하는 데다, 야구장 밖 여러 존재들이 살아가는 이야기에도 특유의 호기심이 생겨나는 까닭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3월 떠난 미국 전지훈련에서는 소속팀 동료들과 함께 미국프로농구 경기장에 다녀왔을 정도다. 또 운동선수들은 은행 업무에익숙하지 않은 것이 보편적인데, 황재균은 노후를 위한 재태크에도 관심이 많다.


-농구를 특히 좋아하더라. 일종의 스트레스 해소법인가?

“운동을 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야구가 아닌 다른 종목의 경기를 보는 것도 좋아한다. 기회가 되면 자주 경기장을 찾아가 본다. 재미있다. 나와 다른 분야에 속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살아온 인생과 또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 아닌가. 그에 대한 호기심도 있고,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운동화를 모으는 일도 취미 중 하나다. 아무래도 술을 좋아하지 않으니 다른 것들로 해소하는 편이다.”


-재태크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나중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 야구 선수라는 것이 평생 직업은 아니니까. 미리 준비해야한다는 생각이다. 그쪽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도 듣고 많이 배우려고 노력한다.”


-AG 금메달 2개로 매달 30만원의 연금 혜택도 받게 됐다. 역시 재태크에 쓰일까?

“없는 돈이라고 생각하고, 계속 모을 계획이다(웃음).”

수원|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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