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우의 오버타임] 올림픽 금 10주년, 상처받은 한국야구의 자긍심

입력 2018-09-18 14: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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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 감독. 스포츠동아DB

야구계가 몹시도 어수선하다.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AG) 후폭풍 때문이다. 태극마크를 병역특례의 수단으로만 대하는 듯하던 일부 야구선수들을 뚜렷한 해명 없이 AG 대표팀에 포함시킨 대가다. 급기야 사단법인 한국청렴운동본부는 선동열 야구대표팀 감독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다.

AG의 여진에 홍역을 앓고 있는 지금과 달리 10년 전 한국야구는 100년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유산 한 가지를 내놓았다. 2008년 8월 23일이다. 그해 베이징올림픽 야구 결승전이 벌어진 날이다. 김경문 감독이 이끈 우리 대표팀은 예선리그 7전승으로 준결승에 올라 숙적 일본의 콧대를 다시 한번 납작하게 만든 뒤 결승에선 쿠바와 재회했다. 9회말 1사 만루서 극적인 더블플레이로 3-2 승리를 완성한 그 순간, 한국야구는 아시아야구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을 품고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대개 무언가 기념할 일이 생기면 10주년, 20주년, 30주년 등 10년 주기로 거대한 의식을 치르곤 한다. 올림픽 금메달을 딴 그날을 잊지 않기 위해 KBO와 각 구단도 이듬해부터 매년 8월 23일을 ‘야구의 날’로 제정해 기념해오고 있다. 올해는 팬들을 초대한 나름의 성대한 세리머니를 사흘간 서울 잠실롯데월드에서 펼쳤다. 아마도 그 자리를 찾았던 팬들과 야구 관계자들 모두는 며칠 뒤부터 훨씬 더 강력해진 ‘AG 태풍’을 미처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2년 뒤 여름 일본 도쿄에선 올림픽이 개최된다. 베이징대회를 끝으로 올림픽에서 제외됐던 야구가 도쿄대회에서 부활한다. 6개국이 경쟁할 도쿄올림픽에서 한국야구가 디펜딩 챔피언의 명예를 지킬 수 있을지는 현재로선 알 길이 없다. 우선은 올림픽 예선을 겸해 내년 말 열릴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 12 통과가 급선무다. 이 대회 또한 한국이 디펜딩 챔피언이다.

주로 아마추어가 출전하는 AG 금메달에 목을 매다가 올림픽 챔피언의 자긍심에 큰 생채기를 낸 한국야구다. 결자해지의 차원에서라도 뼈를 깎는 심정으로 작금의 위기를 냉철하게 수습할 의무가 우리 야구인들 모두에게 있다. 피하지 말자. 팬들이 수긍할 수 있게 행동하자. 그리고 반성을 토대로 상처받은 한국야구의 자긍심을 되찾자.

정재우 전문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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