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공포, 귀신은 가라…‘악령’들이 몰려온다

입력 2018-09-19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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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N 드라마 ‘손 더 게스트’. 사진제공|OCN

■ ‘손 더 게스트’ 이어 ‘열혈사제’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지금은 ‘오컬트 드라마 시대’

악령에 빙의된 사람들의 범죄
CG 발전으로 영화 뺨치는 영상
“귀신보다 현실 속 공포 더 커”


그동안 크게 환영받지 못했던 오컬트 장르의 드라마가 잇달아 제작되고 있다. 현재 방송 중인 OCN 수목극 ‘손 더 게스트’를 포함해 11월 방송되는 OCN 토일드라마 ‘프리스트’, 내년 방송 예정인 ‘열혈사제’ ‘빙의’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 등이 줄줄이 안방극장을 찾는다. 하지만 ‘전설의 고향’처럼 하얀 소복을 입은 귀신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공포의 존재가 변화하면서 빙의처럼 사람에게서 벌어지는 괴이한 현상이 공포물의 주요 소재로 떠오르고 있다.

12일 첫 방송한 ‘손 더 게스트’는 악령이 평범한 사람의 몸속에 들어와 이들이 저지르는 범죄를 막기 위해 영매 능력이 있는 택시운전사(김동욱), 구마사제(김재욱), 여형사(정은채)가 벌이는 이야기다. 1·2회에서는 사고로 걷지 못하고 말도 못하는 남성이 악령에 빙의된 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아내를 살해하는 내용이 그려졌다.

11월 방송되는 ‘프리스트’는 ‘메디컬 엑소시즘’을 표방하는 작품으로,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힘을 합친 의사와 엑소시스트가 등장하고, 남부가톨릭병원에서 벌어지는 초현실적 현상들을 그린다. 배우 박용우와 정유미가 출연한다.

내년 방송될 ‘빙의’는 20년 전 사형당한 연쇄살인마의 영혼과 당시 살인범을 검거했던 형사의 영혼이 각각 현재의 인간에 빙의돼 다시 맞붙는 내용을 담는다. 악령에 빙의돼 무차별적 살인행각을 벌이는 인물과 이를 막기 위한 형사의 사투가 펼쳐진다.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도 악의 영혼이 사람 몸에 들어가 벌어지는,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을 다룬다. ‘열혈사제’는 빙의를 전면에 내세우진 않지만 사제의 능력을 활용해 범죄를 해결해간다.

이들 드라마는 빙의, 퇴마, 악령 등의 소재로 공포물의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과거 귀신으로만 표현되는 공포는 시대에 뒤떨어지기도 했고, 시청자 눈에 익숙해 더 이상 공포감이 크지 않았다. 신선하고 색다른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에서 2015년 개봉한 영화 ‘검은 사제들’은 공포 장르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 컴퓨터그래픽 기술의 향상은 공포 드라마의 소재를 더욱 다양하게 만들어줬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귀신 소재의 공포물은 식상하고 더 이상 공포의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현실에서 벌어지는 사건·사고들에 더 공포를 느낀다. 사람이 한 짓이 맞느냐를 부정하고 싶은 욕구에 빙의된 사람이 일으킨다는 상상력이 더해져 공포감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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