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 2위’ 이정후 “현수 형과 경쟁 자체가 신기해”

입력 2018-10-0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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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히어로즈 이정후(왼쪽)의 시선은 데뷔 후 첫 포스트시즌을 향하고 있다. 치열한 타격왕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순위가 확정될 때까지는 출루에만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특유의 ‘팀 퍼스트’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30일 고척 NC 다이노스전에서 득점에 성공한 이정후. 고척|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2년차 징크스’라는 말이 무색하다. 지난해 신인왕 이정후(20·넥센 히어로즈)는 9월 30일까지 올해 106경기에서 타율 0.354를 기록 중이다. 0.362를 마크 중인 이 부문 선두 김현수(30·LG 트윈스)는 부상으로 개점휴업 중이다. 8리 차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정후의 시선은 타격왕이 아닌 생애 첫 포스트시즌(PS)을 향하고 있다.


● “빈말이 아니라, 타격왕은 정말 욕심 없다”


타격왕 경쟁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돌아온 답은 “정말 욕심은 없다”는 말이었다. “타격왕에 오른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지 않나. 결국 내년에는 타율 0에서 새로 시작해야 한다. 게다가 난 부상 탓에 (김)현수 선배보다 타석이 한참 적다. 또 올 시즌을 마치면 4주간 기초 군사훈련을 받아야 해서 시상식에도 제대로 참여하지 못할 텐데 타이틀은 큰 의미가 없다.”

결과에 큰 미련을 두지 않지만 치열한 경쟁 과정 자체가 이정후에게 남다른 의미다. 경쟁자가 ‘롤 모델’과 다름없는 김현수여서 더욱 그렇다. 2008년부터 리그를 대표하는 타격 기계로 자리매김한 김현수는 이정후가 야구를 시작한 시점에 이미 최고의 스타였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김현수의 타격 영상을 보고 기술적인 부분을 참고했던 터라 지금의 경쟁이 그만큼 신기할 뿐이다. “팬들이 ‘바람의 손자’라고 불러주시는 것도 감사하지만, 현수 선배님의 ‘타격 기계’라는 별명이 더 부럽다. 경쟁 자체가 영광이다. 내가 현수 선배 연차가 됐을 때 후배들이 나를 보고 비슷한 감정을 느끼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말하는 이정후의 말은 가볍게 들리지 않았다.

3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열렸다. 넥센이 홈 마지막 경기에서 NC에 8-2로 승리한 뒤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고척|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꽉 찬 잠실’에서 PS 열기를 미리 느끼다

넥센의 잔여경기가 3게임에 불과해 3위 한화 이글스를 추월할 기회가 많지 않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해 붙어보겠다는 의지다. 3위는 4~5위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지켜보며 숨을 돌릴 수 있기에 그만큼 유리한 측면이 크다. 이정후가 타격왕에 욕심을 내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규시즌 1위가 확정됐거나 차라리 PS에 탈락했다면 모를까, 지금은 출루 자체에만 신경 쓴다.”

PS 욕심은 당연하다. 그는 9월 25~26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을 언급했다. 추석 연휴가 겹친 덕분에 엄청난 인파가 잠실구장을 가득 메웠다. 이정후는 “1루와 3루측 관중석이 모두 꽉 찬 잠실구장은 처음이었다. 재미있고 흥분됐다. 시끌시끌한 경기장에서 뛸 때 집중이 잘되고 에너지도 더 생긴다”며 “넥센의 4년 연속 PS 진출 기록이 내가 입단한 지난해에 멈췄다. 올 시즌 PS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만 신경 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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