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①] 서현 “캐릭터 집중하려 집도 나왔죠”

입력 2018-10-11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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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①] 서현 “캐릭터 집중하려 집도 나왔죠”

아주 가끔 어려운 길을 가는 사람을 만나곤 한다. 흐름이 그 사람을 그렇게 가게 만든 것인지, 본인의 선택으로 일부러 어려운 길을 걷는지 알 수 없지만 곁에서 지켜 보는 것만으로도 힘든 길을 걸으면서도 의연하게 자신을 지켜내는 사람이 분명 존재한다.

배우 서현 역시 앞서 언급한 그런 사람들 중 한 명이다. 그는 꽤 많은 논란 속에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시간’에서 자신만의 연기를 펼쳤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졌다. 특히 극 후반부 남자 주인공이 물러나게 되면서 ‘시간’은 온전히 서현이 짊어지고 가야 하는 작품이 됐다.

“‘시간’은 제게 정말 많은 경험이 된 작품이에요. 감정의 폭이 넓고 깊은 배역이라서 그걸 표현하는 게 제일 어려웠어요. 제가 겪어보지 않은 가족을 잃은 슬픔에서 시작되는 이야기였으니까요. 정말 저의 모든 걸 걸고 해보자는 마음이었죠.”


서현은 누구나 다 알다시피 소녀시대를 국민 걸그룹의 멤버였다. 그리고 그가 연기를 시작한 이래 그는 꾸준한 비판도 겪었다. 이에 그는 소녀시대와 SM이라는 큰 둥지를 떠나 배우로서의 홀로서기를 결정했다. 그렇게 많은 결정을 내리고 만난 작품이 바로 ‘시간’이다.

“소녀시대와 연기를 병행할 때는 무대와 촬영장을 하루에도 몇 번씩 왔다갔다 했었죠. 그래서 더 아쉬움이 많았어요. 일종의 갈증 같은 게 있었어요. 그래서 이번엔 설지현의 슬픔을 표현하려고 열심히 노력했어요. 저만의 공간이 필요해 부모님께 허락을 받고 집도 나왔죠. 그래서인지 작품이 끝난 지금 아쉬움은 남아도 후회는 없어요.”

작품 안에서도, 일상에서도 깊은 슬픔을 지닌 캐릭터와 동화 된다는 것. 배우로서 당연해 보이지만 이만큼 위험한 결정도 없다. 좋은 연기를 위해 영혼을 파는 것까진 아니어도 적어도 배우의 정신 건강을 갉아먹는 것만은 분명하니까.

“늘 이러면 안되겠죠. 분명히 캐릭터마다 그에 맞는 방법이 따로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시간’에서는 이 방법이 맞았던 것 같아요. 이번엔 이동하는 중에 대본을 읽고 OST를 들으면 제 이야기 같아서 진짜 화가 나고 눈물이 났어요. 그동안 못 해본 신비한 경험이었죠.”

드라마 종영 후 3일 앓아누웠다는 서현이다. 다 쏟아부은 것에 대한 대가 혹은 반작용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끝나도 서현이 얻은 건 몸살 뿐만 아니다.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내면의 또다른 서현도 알게 됐다.

“이 작품에서 제가 이렇게도 우울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처음 알았어요. 친한 친구들이 제게 ‘너 이런 모습을 처음 본다’며 걱정할 정도였으니까요. 이런 고된 경험들 때문에 연기가 더 재밌고 매력적으로 다가와요.”


하지만 서현이 설지현을 만나 버거워할 무렵 또 하나의 시련이 찾아왔다. 상대역이 건강상 이유로 예상보다 빠르게 물러나게 되면서 후반 극 전개는 온전히 서현의 몫이 된 것. 숫자(시청률)와 별개로 ‘시간’의 메시지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것도 그에게 달리게 됐다.

“실패의 가능성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어요. 이미 벌어진 일이고 제가 노력한다고 바뀔 상황도 아니었으니까요. 모든 스태프들이 저를 바라보는 상황에서 아파서도 안된다고 마음을 다 잡았죠.”

이런 노력에 ‘시간’은 웰메이드 작품으로 남았지만 흥행작은 되지 못했다. 이런 결과에도 서현은 여전히 의연하다. 어려움을 겪고 자신이 조금이나마 성장했음을 명확하게 알고 있기에 보여줄 수 있는 의연함이다.

“처음부터 욕심을 부리지 않았어요. 다만 얼마나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자는 마음이었죠. 그래서인지 ‘도둑놈 도둑님’ 때보단 조금 성장한 것 같아요. 지난 6개월 간 제 안의 것들을 탈탈 털어냈어요. 한동안 우울한 작품은 절대 하지 말아야죠.”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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