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김태균은 한화팬들의 영원한 사랑이다

입력 2018-10-22 22: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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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넥센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가 맞붙는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3차전이 열렸다. 9회초 1사 1루 한화 김태균이 역전 1타점 중전 2루타를 치고 대주자와 교체된 후 더그아웃에서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고척|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김태균(36)은 한화 이글스를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다. 천안북일고를 졸업하고 2001시즌 입단하자마자 신인왕을 거머쥐었고, 일본프로야구(지바 롯데) 무대에 진출했던 2009~2010시즌을 제외하면 단 한 번도 오렌지색 유니폼을 벗지 않았다. 2012시즌을 앞두고 일본 무대에서 돌아온 뒤에는 저조한 팀 성적으로 엄청난 마음고생을 하면서도 묵묵히 자기 역할을 해냈다. KBO리그 최고의 타자 중 하나라는 수식어에 그 누구도 물음표를 달지 않았다.

그러나 2018시즌은 악몽과도 같았다. 73경기에서 타율 0.315(254타수80안타), 10홈런, 34타점, 출루율 0.358의 성적을 거뒀다. 크고 작은 부상 탓에 1군(등록일수 93일)보다 2군에 머문 날이 더 많았다(94일). 따가운 시선을 견디는 것은 온전히 본인의 몫이었다.

25살에 불과했던 2007년 이후 한화 유니폼을 입고 가을잔치에 참가하기까지 걸린 11년 가운데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낸 것은 물론이다. 시즌 중반에는 “일단 이기는 게 가장 중요하다. 얼마 안 남은 야구 인생, 정말 많이 이기고 싶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진심이었다.

넥센 히어로즈와 준플레이오프(준PO) 3차전이 열린 2018년 10월 22일은 김태균에게 다른 의미로 잊지 못할 하루였다. 올해 가을잔치에서 처음으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5번 지명타자). 홈팬들 앞에서 펼친 1~2차전에선 아무 것도 보여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컸던 터라 비장함마저 느껴졌다. 경기 전 후배 지성준이 러닝을 하는 동안 쉴 틈 없이 타격 자세를 잡았다. 스윙 전 동작을 완전히 몸에 익히고자 몇 번이고 배트를 고쳐 잡았다.

1~2차전을 모두 패한 한화에게 3차전 패배는 곧 2018시즌 마감이었다. 김태균의 표정에서 절박함마저 느껴졌다. 2회초 무사 1루에서 안타를 터트리며 존재감을 뽐냈고, 후속타자 하주석의 적시타에 3루까지 내달린 뒤 득점까지 올렸다. 이후 흐름은 일진일퇴의 공방전. 8회까지 3-3으로 팽팽하던 흐름을 깨트린 이는 다름 아닌 김태균이었다.

9회초 1사 1루에서 바뀐 투수 이보근을 상대로 우중간 2루타를 터트렸다. 이성열이 홈을 밟았다. 3루측 관중석을 가득 메운 한화 팬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김태균을 연호했다. 좀처럼 세리머니를 하지 않는 김태균이었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2루에 안착한 뒤 박수를 치며 미소를 보였다. 준PO 3차전의 결승타였다. 마무리투수 정우람이 실점 없이 9회말을 막고 4-3의 승리를 확정한 순간, 김태균은 힘껏 박수를 치며 기쁨을 만끽했다. 11년만의 가을야구 승리와 데일리 MVP까지 거머쥔 김태균, 그는 역시 한화 팬들의 영원한 사랑이었다. 김태균의 결승타는 한화의 준PO 첫 승을 더욱 빛나게 한 요소였다.

고척|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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