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감독 알렉스 코라에게서 엿본 ‘독한’ 가을야구

입력 2018-10-3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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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짜 감독’답지 않은 독기였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알렉스 코라(오른쪽) 감독은 포스트시즌(PS) 내내 파격적인 선수 운용을 선보였다. 패하더라도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이기는 경기에 총력전이 가능토록 했다. PS를 치르고 있는 KBO리그 팀들이 반드시 참고해야 할 포인트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가을야구에서 웃으려면 무엇이 가장 우선일까. 정답은 없다. 다만 ‘감’이 좋은 선수를 많이, 길게 활용할 필요는 있다. 반대로 이름값에 휘둘려 컨디션이 신통치 않은 주전에게 미련을 두다보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그래서 감독의 결단이 중요하다. 냉정해져야 한다.

KBO리그는 가을야구의 마지막 관문인 한국시리즈(KS)까지 여전히 고단한 여정을 남기고 있지만, 메이저리그는 29일(한국시간) 보스턴 레드삭스의 통산 9번째 월드시리즈(WS)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정규시즌 최고 승률에 이어 WS 우승까지 일사천리로 달성한 알렉스 코라 보스턴 감독의 ‘독한’ 용병술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WS에서 맞붙은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과의 지략대결에서 완승을 거뒀다. 초보 사령탑답지 않게, ‘가을에는 독해야 이긴다’는 것을 증명했다.

보스턴은 다저스를 4승1패로 눌렀다. 27일 3차전 연장 18회 혈투에서 2-3으로 패했을 뿐이다. 3차전 때 코라 감독은 선발 자원인 네이선 이볼디를 연장 12회부터 투입해 무려 6이닝을 맡겼다. 이볼디는 당초 4차전 선발로 예상됐다.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ALDS)부터 꾸준히 ‘언터처블’의 구위를 과시한 실질적 에이스임에도 코라 감독은 주저하지 않았다. 비록 연장 18회 맥스 먼시에게 끝내기홈런을 맞고 패했지만, 이볼디를 길게 써 불펜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파격이었다.

양 팀 똑같이 8명씩의 불펜투수를 소진한 3차전의 여파는 28일 4차전으로 이어졌다. 로버츠 감독은 4차전 때도 6명의 불펜투수를 호출했는데, 한 명도 빠짐없이 실점했다. 6명 모두 전날 등판했다. 그 중 5명은 1이닝 넘게 던졌다. 4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4차전을 6-9로 내준 뒤 로버츠 감독은 3차전에서 고갈시킨 불펜을 패인의 한 가지로 지목했다.

마운드 운영에서 드러난 코라 감독의 파격은 3차전에 그치지 않았다. 29일 5차전에선 크리스 세일이 아닌 데이비드 프라이스를 선발로 내세웠다. 모두가 세일을 5차전 선발로 예상하고 있었다. 4차전 직후 코라 감독이 직접 프라이스를 5차전 선발로 공표했음에도 CBS스포츠의 경우 6시간이 넘도록 5차전 전망 기사와 선발 예고에 세일을 게재했다. 시즌 막판 부상자명단(DL)에 다녀온 뒤 구속이 저하되고,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 1차전 직후에는 복통으로 병원까지 다녀온 세일보다는 ALCS 5차전부터 제 모습을 찾은 프라이스를 신뢰한 이 결정도 적중했다. 프라이스는 7이닝 3안타 1실점으로 5차전의 영웅이 됐다.

아쉽게도 로버츠 감독은 그 반대였다. 나머지 선발투수들에게는 그토록 인색했지만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에게만은 관대했다. 지면 모든 게 끝나는 5차전, 게다가 1-3으로 뒤지고 있는데도 커쇼를 7회에도 마운드에 올렸다. 그리고 JD 마르티네스에게 결정적 한방을 얻어맞았다. 4-0으로 앞선 가운데 1안타만 허용 중이던 선발 리치 힐을 7회 1사 후 교체한 4차전과는 크게 대비되는 장면이었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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