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곁을 떠난 맨발의 청춘들

입력 2018-11-06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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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맨발의 청춘’. 사진제공|한국영상자료원

트위스트 김·김기덕·최희준·신성일…
한국영화 청춘의 표상들 세상 떠나


‘눈물도 / 한숨도 / 나 혼자 씹어 삼키며 / 밤거리의 / 뒷골목을 / 누비고 다녀도 / 사랑만은 / 단 하나로 / 목숨을 걸었다 / … / 외롭고 / 슬프면 / 하늘만 바라보면서 / 맨발로 / 걸어왔네 / 사나이 험한 길 / ….’

김기덕, 트위스트 김(김한섭), 최희준 그리고 신성일. 1964년 영화 ‘맨발의 청춘’을 함께 만들며 울고 웃은 주역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더 이상 자신들을 사랑한 대중의 곁에 없다.

영화 ‘맨발의 청춘’은 ‘밤거리의 뒷골목을 누비고 다니’는 건달 청년과 외교관의 딸인 여대생이 신분의 벽 앞에서 비극적인 선택으로 끝내 지켜낸 사랑의 이야기. 당대의 미남배우 신성일과 엄앵란이 새로운 청춘의 표상으로 떠오르며 크게 흥행했다. 신성일은 이 작품을 자신의 대표작 중 하나로 갖게 됐고, 영화는 한국영상자료원이 선정한 ‘한국영화 100’에 오르며 명작으로 남았다. 신성일이 남긴 이미지는 이후로도 오랜 세월 다양한 영화 속 청춘의 것으로 변주됐다.

‘맨발의 청춘’은 김기덕 감독이 당시로서는 비교적 세련되고 현대적인 감각으로 연출한 작품이다. 최희준은 이봉조가 작곡한 동명의 주제가를 부르며 김 감독의 연출 의도에 부합했다. 재즈 감각 진한 노래는 트로트풍이 대세를 이룬 당시 영화 주제음악의 분위기를 뒤엎으며 젊은 관객의 호응을 얻었다.

당시 청춘들은 또 이 영화로 데뷔한 트위스트 김의 파격적인 면모에도 환호했다. 그는 가죽재킷에 달라붙는 바지 차림으로 트위스트를 비롯해 감각적인 춤 솜씨를 자랑했다. 영화 속 그의 춤은 지금의 시선으로도 매우 자극적이며 현란하다. 여기에 신성일 역시 무표정의 흐느적거리는 춤을 추며 당대 청춘의 좌절감과 무력감을 표현했다.

이렇듯 한 시대를 풍미했던 주역들은 어느새 세상과 이별했다. 트위스트 김이 2010년 먼저 떠났다. 김기덕 감독은 지난해, 최희준은 올해 8월 많은 이들의 애도 속에 눈을 감았다. 그리고 신성일. ‘맨발의 청춘’의 가장 중요한 주역이 떠나갔다.

윤여수 전문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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