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명문 FC서울 유소년축구아카데미에서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의 꿈을 키워가는 공항초 5학년 김도윤 군은 다문화가정에서 성장하고 있다. 사진제공|FC서울
서울 시내 32개 구장에서 운영되는 올해 축구교실 참가 인원은 5600여명이다. 첫 해 4800명보다 많이 늘었다. 그 중 다문화가정 어린이의 등록 수는 150명가량이다. 중국과 일본이 많지만 베트남이나 러시아, 몽골, 캐나다, 파키스탄, 대만 등 출신지는 다양하다. 이들은 한국 어린이들과 우정을 나누면서 체계적인 축구교육도 받는다. 이를 통해 한국사회에도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FC서울은 커리큘럼 개발 등 교육을 전담하고, FC서울의 파트너사들은 유니폼과 교육비 등을 지원한다. 연고지 지자체와 프로축구단, 그리고 기업이 결합된 이런 방식은 민관이 함께 뜻을 모은 모범 사례로 손꼽힌다. FC서울은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동아일보가 주최한 동아다문화상 사회공헌부문 단체상을 수상했다.
일본인 어머니 오오니시 미소노(맨 왼쪽) 씨와 김도윤 군, 한진실 코치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
● “손흥민 같은 훌륭한 축구선수가 되고 싶다”
가랑비가 흩뿌리던 지난 7일 오후, 서울시 강서구에 위치한 유석초등학교를 찾았다. 오후 6시가 가까워지자 20여명의 어린이들이 우르르 운동장으로 몰려들었다. 축구교실 5학년 심화반에서 운동하는 어린이들이다. 여기서는 출신 구분 없이 함께 운동한다.
어둠이 내려앉자 조명이 하나 둘씩 켜졌다. 초등학생들에겐 다소 늦은 시간이 아니냐고 묻자 이들을 가르치는 한진실 코치(31)는 “요즘 초등학생들은 바쁘다. 각종 학원을 돌다보면 이 시간이 가장 적당하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 김도윤(11)군을 만났다. 공항초등학교 5학년에 재학 중인 남학생으로, 다문화 가정에서 자란다. 아버지가 한국, 어머니가 일본 출신이다. 어머니가 부모님의 사업 때문에 중학교 때부터 한국에 거주해 우리말 쓰는 데는 어려움이 없다. 어머니 오오니시 미소노(41)씨는 “전에 살던 동네에서도 축구교실에 다녔는데, 지인이 다문화 어린이들도 FC서울에서 운영하는 축구교실에 지원할 수 있다고 알려줘서 다니게 됐다”고 했다. 이어 “도윤이는 어릴 때부터 몸으로 하는 운동을 좋아해 축구를 택했다. 처음에는 취미로 시작했다가 오래하다 보니 축구를 더 좋아하게 됐고, 이제는 본격적으로 축구선수가 되고 싶어 한다”고 소개했다. 3학년인 동생도 형이 좋아하는 걸 보면서 취미반에 등록했다. 이곳에서는 180명의 취미반과 70명의 심화 및 프로반이 있다. 취미반은 주 1회, 심화반은 2회, 프로반은 2~3회 운동한다.
김 군은 “어릴 때 축구경기를 보다가 너무 멋있다고 느껴 그 때부터 축구를 가장 좋아하게 됐다”며 씩씩하게 얘기했다. 장래 희망을 묻자 “손흥민도 좋고, 메시도, 호날두도 모두 다 좋아한다. 경쟁이 심하겠지만 그들처럼 훌륭한 선수가 되고 싶다”며 마냥 신이 났다. 김 군의 장점은 스피드고, 포지션은 윙어 또는 윙 백이다.
김도윤 군(왼쪽)과 한진실 코치. 사진제공|FC서울
● “축구는 친구를 더 깊이 사귈 수 있게 해 준다”
축구교실은 배움터다. 신체 발달은 물론이고 경기를 하면서 자신감도 키울 수 있다. 또 동료들과 함께 해야 하는 협동심과 나눔, 그리고 규칙을 지켜야하는 사회적인 약속, 상대를 존중해야하는 페어플레이 등은 축구교실에서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가치들이다. 어릴 때 이런 걸 몸에 익히는 게 중요하다.
김 군은 축구교실의 장점으로 “다른 데서 운동하는 것보다 훈련을 집중해서 받는다. 또 기술 등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다. 코치님은 내가 잘 안되는 부분을 꼼꼼하게 지적해준다”면서 언제나 축구교실 가는 시간이 기다려진다고 했다.
다문화 어린이들이 적응하는데 어려움은 없을까. 이에 대해 김 군은 “친구들과 차이점은 전혀 못 느낀다. 축구를 하다보면 서로 마음이 통하고 깊이 사귈 수 있어 좋다”며 엄지를 내밀었다. 김 군의 어머니는 “도윤이는 어머니가 일본 사람이라고 스스럼없이 소개할 정도로 친구들과 적응하는 데 어려움은 없다”면서 “원래부터 성격이 활달하고 친구를 잘 사귄다. 그런데 축구를 통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전했다. 아울러 “팀 분위기가 가라앉을 때 도윤이가 가장 힘차게 화이팅을 외친다. 그런 적극적인 행동을 하는 게 보기 좋다”고도 했다.
한진실 코치는 “외모가 많이 다르면 처음에는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또 소극적인 성격의 학생은 스스로 벽을 쌓기도 한다”며 “하지만 축구는 이런 한계를 뛰어 넘게 해준다. 경기를 하다보면 그런 차이가 없어진다. 그래서 축구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뿌듯해 했다.
어린 아이에게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고 묻는 것처럼 김 군에게 국가대표팀간 경기를 할 때 한국과 일본 중 어디를 응원할 것인지 물었다. 처음에는 둘 다 응원할 것이라며 살짝 빼더니만 재차 묻자 어머니 얼굴을 잠시 쳐다보더니 “한국을 조금 더 응원하겠다. 아빠도, 나도 한국에서 태어났다”고 했다. 이에 어머니는 “동생(김형윤)이 일본팀 응원하면 된다”며 웃었다.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