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축구대표팀 김민재(왼쪽).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벤투가 말한 그 대안은 김민재(22·전북)다. 김민재는 17일 호주 브리즈번의 선코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호주와 평가전에 선발로 나서 후반 40분까지 전력을 다해 뛰었다. 김영권과 함께 중앙 수비수로 나서 상대에게 뒤지지 않는 체격과 투지 넘친 플레이, 그리고 빠른 판단력으로 상대 공격을 무력화한 것은 물론이고 벤투호의 핵심 전술인 빌드-업에서도 안정감을 줬다. 그동안 투박한 패스가 지적되곤 했지만 선발 출전한 이날은 전술적으로 녹아들면서 장현수의 공백을 말끔하게 메웠다.
특히 호주의 압박이 심했던 전반 22분 황의조의 선제골을 도운 패스는 압권이었다. 우리 진영 페널티박스 부근에서 골키퍼와 볼을 주고받는 사이 호주 선수들이 압박해오자 순간적으로 왼발로 길게 찔러준 볼이 최전방의 황의조 발아래 떨어졌고, 상대 수비수를 떨친 황의조는 침착하게 선제골로 연결했다. 막판 실점으로 1-1로 비기긴 했지만, 김민재에 대한 벤투의 믿음이 커진 점은 큰 수확이다.
김민재는 검증된 수비수다. 지난해 전북 현대 유니폼을 입고 29경기를 뛰면서 팀의 통산 5번째 우승에 기여했다. 그 덕분에 영플레이어상도 수상했다. 올 시즌에도 맹활약했다. 다만 러시아월드컵을 앞두고 당한 부상이 아쉬웠다. 월드컵을 건너 뛴 그는 2018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우승으로 월드컵 결장의 아쉬움을 달랬다.
그는 벤투호 초창기에는 벤치 멤버였다. 중앙 수비수 두 자리는 장현수와 김영권(28·광저우 헝다)의 몫이었다. 9월 코스타리카전 후반 교체 투입, 10월 우루과이전 후반 32분 교체 투입에 이어 파나마전에서 선발로 나서 후반 33분까지 뛰었다. 그리고 기회가 찾아온 호주전에서 주전으로 뛰며 벤투의 눈도장을 받았다. 이영표 KBS해설위원은 조직력을 극대화하는 김민재의 수비력을 칭찬하며 앞으로 한국축구를 이끌 대형 수비수라고 평가했다.
한번 믿으면 좀체 주전 교체가 없는 벤투의 성향을 고려할 때 내년 1월 아시안컵(UAE)에서 김민재는 중용될 것이 확실하다.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