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왼쪽)와 박정진이 한화 이글스를 떠나 새둥지를 찾는다. 한화는 현역 연장의 의지가 강한 두 선수를 조건 없이 풀어주기로 결정했다. ‘아름다운 이별’이다. 스포츠동아DB
한화는 이미 정규시즌 막바지인 8월 30일 배영수와 박정진에게 은퇴를 권유했다. 은퇴식까지 열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현역 의지가 강했던 둘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기 위해 일단 결정을 유보했다. 안승민과 김혁민 등 선수 10명의 방출 소식을 전한 10월 25일에도 배영수와 박정진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둘 다 현역 연장의 의지를 놓지 않자 결국 자유계약선수로 풀어주기로 한 것이다. 이제 배영수와 박정진은 KBO리그 전 구단과 자유롭게 입단 협상을 벌일 수 있다.
● 잔여연봉 100% 지급, 이적 걸림돌 사라진 박정진
특히 한화는 프리에이전트(FA) 계약 기간이 1년 남은 박정진의 이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잔여연봉 문제도 일찌감치 해결했다. 박정진은 2017시즌이 끝나고 2년 총액 7억5000만원에 계약했다. 계약금 3억원, 연봉 총액 4억5000만원(2018시즌 2억5000만원·2019시즌 2억원)의 조건이었다. 한화는 박정진에게 2019시즌의 거취와 관계없이 약속된 2억원의 연봉을 모두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만약 박정진이 새 소속팀을 찾으면, 사상 최초로 두 개 구단에서 연봉을 받는 선수가 된다. 박정진의 영입을 고려하는 구단도 연봉에 대한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어졌다. 구위도 구위지만, 높은 타점을 앞세운 특이한 폼을 앞세워 투구하는 유형이라 부상의 위험만 없다면 충분히 영입을 고려해 볼 만하다는 분석이다.
● “현역 연장 원해” 배영수 뜻 존중한 한화
배영수도 마찬가지다. 2015시즌을 앞두고 한화와 맺은 FA 계약(3년 21억5000만원)은 이미 끝났다. 2018시즌 5억원의 고액 연봉을 받았지만, 지금은 금액보다 현역 연장 의지가 더 강하다. 백의종군하는 마음으로 협상에 나선다면, 그의 영입을 고려하는 팀들도 그만큼 부담이 줄어든다. 전성기 때와 견줘 최고구속이 10㎞ 이상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몸 상태에 맞춰 투구하는 노하우와 공격적인 승부는 젊은 투수들에게도 귀감이 된다.
세대교체와 맞물린 베테랑의 방출. 구단은 냉정한 선택을 해야만 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아름답게 이별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한화는 8월 29일 웨이버 공시 후 새 팀을 물색 중인 심수창에게도 2019시즌 연봉(2억5000만원)을 지급하기로 한 바 있다. 심수창은 2016시즌을 앞두고 한화와 4년 총액 13억원(계약금 3억원 포함)에 FA 계약을 맺었다.
이번에도 한화는 현역 최다승 투수와 구단의 프랜차이즈 스타를 떠나보내며 최소한의 예의를 지켰다. 헤어질 때도 지켜야 할 매너가 있다. 마무리캠프를 진행 중인 일본 미야자키에서 만난 한화 구단 관계자는 18일, “선수들의 현역 연장 의지가 워낙 강했다.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조치한 것”이라고 밝혔고, 또 다른 관계자는 “배영수, 박정진 두 명 모두 앞으로 어디서든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있길 바란다”고 진심을 전했다.
미야자키(일본)|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