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코치 변신’ SK 조동화 “호칭은 어색…상담소 역할 그대로”

입력 2018-11-2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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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SK 와이번스 창단 멤버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조동화(왼쪽)는 지난 9월 그라운드를 떠났다. 은퇴 후 2군 작전·주루코치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조 코치는 선수 때 그랬듯 여전히 ‘상담소’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번트 자세를 직접 취하며 노하우를 전수해주고 있는 조 코치. 사진제공|SK 와이번스

SK 와이번스 조동화(37) 코치는 여전히 붉은 유니폼을 입고 있다. 2000년 팀의 창단 멤버로 출발해 원 클럽 플레이어로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장식한 그는 지난 9월 그라운드를 떠난 뒤 2군 작전·주루코치로 동료들의 곁에 남았다. 달라진 것은 직책뿐이다. 여전히 넉넉한 품으로 동료들의 마음을 끌어안는다.


● 부럽고도 감탄스러웠던 베테랑의 PS 활약


익숙한 곳에서 난생 처음 마주하는 장면들이 생겨났다. 9월 은퇴 후 강화도 퓨처스파크에서 후배들을 지도하기 시작했는데, 절친한 이대수, 박정권과는 어색한 첫 만남을 가졌다. 동갑내기 친구들이 부르는 ‘코치님’이라는 호칭에 몸 둘 바를 몰랐다. 일본 가고시마에서 마무리캠프를 지도하고 있는 조 코치는 “지금은 함께 코치가 된 (이)대수, (박)정권이와 강화도에서 처음 만났을 땐 정말 많이 어색했다. 친구 사이인데, 갑자기 ‘코치님’이라고 하니 낯이 뜨겁더라. 그냥 서로의 얼굴을 보며 웃었다”고 당시의 기억을 더듬었다.

SK의 모든 역사를 함께 써왔다. 18년간 같은 유니폼을 입고, 제 손에 거머쥔 한국시리즈(KS) 우승 반지만 세 개다. 올해는 한 발자국 떨어진 그라운드 밖에서 팀의 통산 4번째 KS 우승을 지켜봤다. 조 코치의 존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여전히 큰 힘을 발휘했다. 포스트시즌(PS)을 치르며 박정권은 “조 코치와 전화를 자주한다. 옆에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했다. 이에 조 코치는 “도움을 준 건 없다. 그저 ‘잘 하고 있어서 보기 좋다’는 연락만 주고받았다. 항상 그렇게 지내왔으니 별다를 것도 없다”며 미소 지었다.

김강민, 박정권 등 왕조 시절을 함께 이뤘던 베테랑들이 PS 내내 뜨거운 활약을 펼친 터라 조 코치의 가슴 속에도 깊은 울림이 일었다.

“우리가 어렸던 왕조시절에도 고참 선배들이 경기에 나가든 안 나가든 뒤에서 후배들을 잘 이끌어줬다. 베테랑은 팀에 꼭 필요한 존재들이다. 그런 부분을 정권이와 (김)강민이도 잘 알고 있었고, 또 잘 해줬다. 아무것도 모르고 선배들을 따라 야구를 했던 어린 시절에 우승을 경험하고, 이제는 선수 생활이 끝날 무렵 최고참으로서 우승을 했다. 나는 해보지 못한 걸 해냈으니 솔직히 부럽기도 하고,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SK 조동화 코치. 사진제공|SK 와이번스


● ‘조동화 상담소’는 여전히 열려 있습니다

마무리캠프에 정식 코치로 합류했다. 선수들의 마음을 섬세히 알아차리고, 다독이는 지도자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뒀다. SK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고, 서글서글한 성격까지 지닌 조 코치에게 딱 맞아 떨어진다. 스스로도 “어렸을 때부터 내 것도 제대로 못하면서도 어린 선수들의 상담소 역할을 많이 했다. 오지랖이 넓어 그렇다”고 웃으며 “그동안 해왔던 방식 그대로다. ‘너 왜 인상 쓰고 야구 하느냐’, ‘똑바로 안하느냐’고 질타하기 보다는 힘든 일이 있으면 대화를 통해 선수들의 심적인 부분을 잡아주고 싶다”고 했다.

이는 2015년 주장을 역임했던 조 코치 나름의 노하우다. “팀에서 고참, 주장을 맡으면서 기술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훈련에 나오는 선수들의 마음도 중요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저마다 크고 작은 마음의 고민들이 있다. 문제가 있으면 어두운 표정에서 모두 티가 난다. 그러면 마음이 붕 떠있다. 아무리 좋은 자료를 가져다 줘도 선수의 마음이 다른 곳에 가있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특히 1군 선수들은 경기에 나가면 자기 것이 있지만, 2군 선수들은 마음을 잡아주는 것이 첫 번째다. 그런 부분들을 세밀하게 확인해 섬세한 소통을 하고 싶다. SK에 워낙 오래 있었다. 원래 함께 운동을 했던 선후배 선수들이라 낯설지도 않다.”

여기에 ‘디테일’을 한 번 더 보탤 계획이다. 조 코치는 “염경엽 감독님과의 대화 중 ‘무엇인지 알고 하라’는 이야기가 가장 와 닿았다. 어떤 뜻을 갖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내가 모르면 아무리 좋은 이야기도 무용지물이 된다”고 했다. “단순히 ‘자세를 이렇게 해야 한다’는 나의 노하우를 전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자료나 영상과 같은 근거로 선수들에게 더 확실한 메시지를 심어줘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며 “선수들에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자료를 만들기 위해선 내가 더 찾아보고 알아봐야 한다.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K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은 지도자로 새롭게 출발하는 조 코치의 훌륭한 길잡이가 될 터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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