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울리는’ 늑장 계약 반복한 수원, 협상에 돈이 전부 아냐!

입력 2018-11-2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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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삼성 염기훈. 스포츠동아DB

수원 삼성 염기훈. 스포츠동아DB

K리그1 수원 삼성은 차가운 겨울나기를 앞뒀다. ‘허리띠 졸라매기’는 달라지지 않는다. 수원의 모기업 제일기획의 컨트롤타워 삼성전자의 효율경영 방침은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운영비가 축소된다는 풍문이 끊이질 않는다.

수원은 선수들과 치열한 줄다리기를 해야 한다. 염기훈(35)과 협상도 진행 중이다. 그런데 구단은 기존 연봉의 60%에 불과한 조건을 제시해 충격을 줬다. 팀 상징에게도 이러할진대 다른 선수들과 협상이 무난할 리 없다. 그나마 염기훈은 빠른 편이다. 신화용(35), 김은선(30) 등은 사실상 출발도 못 했다. 거취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

물론 구단의 전략일 수 있다. 연봉협상에서 대개는 ‘을’의 입장인 선수는 시간이 흐를수록 불리하다. ‘함께 가자’는 신호만 살짝 주고 시간을 보내면 선수는 쫓기듯 새 계약서에 사인한다. 그런데 수원의 협상은 유독 길기로 악명이 높다.

계약이 미뤄져 동계전지훈련 참여를 망설이는 선수, 최대한 많은 제자들과 함께 하기 위해 설득하다 지친 감독의 모습은 수년째 반복됐다. 일각에서는 제일기획을 탓하나 오히려 (모기업이 바뀌고) 최근 2~3년간의 협상 과정이 나았다는 에이전트들도 많다. 오히려 환경과 시대가 바뀐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악습에 가까운 전략을 고수하는 이들이 더욱 문제라는 얘기다.

당연히 부작용도 많았다. 손해 본 계약을 한 선수들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이 과정에서 놓친 대어들도 즐비하다. 심지어 외부 전력을 수혈할 때에도 늑장 부리다 ‘닭 쫓던 개’가 된 경우도 있다. 오범석(34·강원FC), 박주호(31·울산 현대) 등이 그렇게 다른 유니폼을 입었다.

스포츠는 수치와 계량이 전부인 분야가 아니다. 누군가의 이야기처럼 감성을 자극하는 모습도 필요하다. 선수단에 대한 접근이 그렇다. 프로에선 몸값이 가치를 의미하지만 돈으로 바꾸기 어려운 무언가도 있는 법이다.

“수원의 자금력과 환경이 좋아질 것 같진 않다. 다만 협상은 돈이 전부가 아니다. 감정이 상하면 서로에게 손해”라는 한 축구 인의 뼈있는 지적을 되새길 필요가 있는 ‘과거의 명가’ 수원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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